탐사선 주노가 목성 안착 과정에 돌입하기 위해 카메라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촬영해 지구로 보낸 사진. 가운데 목성 주변으로 ‘갈릴레오 4 위성’으로 불리는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가 보인다. 나사 제공
지구 크기 11배에 50km 구름 장막
자기장, 방사선으로 무장한 ‘괴물’
바람둥이 신 주피터의 아내 ‘주노’
구름 꿰뚫어보는 능력에 염원 담아
태양계 생성 태초의 물질 추정에
물의 존재여부도 초미의 관심
37회 궤도 돌며 중력지도 등 작성
내부 구성물질, 구조 밝혀낼 계획
자기장, 방사선으로 무장한 ‘괴물’
바람둥이 신 주피터의 아내 ‘주노’
구름 꿰뚫어보는 능력에 염원 담아
태양계 생성 태초의 물질 추정에
물의 존재여부도 초미의 관심
37회 궤도 돌며 중력지도 등 작성
내부 구성물질, 구조 밝혀낼 계획
5년의 여정 끝에 탐사선 ‘주노’가 목성의 궤도에 안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5일 오후 1시께(한국시각·미국 태평양연안 4일 밤 9시) 주노가 목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주노는 앞으로 20개월 동안 목성 주변을 돌면서 이 거대한 구름 행성의 내부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2011년 8월5일, 지구를 출발한 주노는 이날 낮 12시께 목적지 목성을 눈앞에 둔 지점까지 도착했다. 시속 13만마일(약 20만9200㎞)로 쉼없이 날아 28억㎞가량 되는 우주 공간을 넘어왔다. 목성에 근접한 주노는 주변을 도는 경로로 전환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기 위한 엔진 연소 과정에 착수했다. 1993년 화성 탐사선 ‘업저버’ 사례처럼 폭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다. 그러나 30여분 진행된 엔진 추진은 문제없이 끝났고 주노는 성공적으로 궤도 진입을 마쳤다. 속도는 시속 1212마일(약 1950㎞)까지 떨어졌다.
나사는 이 과정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하지만 목성과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주노가 즉시 전송한 정보는 48분 전의 상황에 해당한다. 시간은 지구에 있는 인간들이 알게 되는 48분 뒤의 시점에 따랐다.
탐사선 주노의 이름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신 ‘주피터’의 아내 ‘주노’에게서 따왔다. 주피터는 목성의 영어 이름이다. 신화의 주피터는 바람둥이였는데 구름의 장막을 만들어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곤 했다. 주노는 이 구름을 뚫고 보는 능력이 있는 유일한 여신이었다.
이름은 주노의 임무와 깊게 관련됐다. 주노의 가장 큰 임무는 50㎞에 달하는 목성의 구름층을 꿰뚫고 목성 내부 구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지구 11배 크기의 목성은 부피의 90% 가까이가 수소, 나머지 10% 대부분은 헬륨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 부분은 기체로 된 구름의 행성이지만 중심으로 가면 압력이 높아져 액체 금속성 수소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자들은 그 안의 핵심(코어)에는 태양계 형성기 태초의 물질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이들을 붙잡아 두었을 테기 때문이다. 주노는 앞으로 37회 목성 주변을 돌면서 위치별 전파, 중력 등을 세밀히 측정해 지도를 만들고, 내부 구성물질과 구조를 밝혀낼 게획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주노 계획의 총책임자 스콧 볼턴은 목성을 곧잘 ‘괴물’이라고 부르는데 어마어마한 자기장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이다. 보다 좋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목성에 근접해야 하지만 그만큼 많은 양의 방사선 피폭을 받아 탐사선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목성의 자전 방향으로 넓게 퍼져 방출되는 방사선을 피해 극지방으로 접근하는 긴 타원형의 궤도로 주노를 기동시킬 계획이다. 목성에 가장 가까울 때 고도는 5000㎞가량이다.
다른 중요한 임무는 물의 존재 여부를 찾는 것이다. 주노 계획 소속 과학자 스티븐 레빈은 5일 “물은 우리의 주요 관측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우호적인 환경의 화성에 비하면 엄청난 방사선의 구름 행성인 목성에서 물을 찾는 것은 의아해 보인다. 목성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는 목성이 태양으로부터 얼마나 먼 곳에서 형성됐는지를 밝혀줄 열쇠로, 이에 따라 우리 태양계의 형성에 대한 설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나사는 이날 주노가 목성 안착 준비를 위해 카메라를 끄기 전에 촬영한 마지막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목성을 중심으로 주변에 4개의 목성 달들이 함께 담겨 있는 모습으로, 목성과 4개 위성을 이렇게 근접해서 촬영한 사진은 최초라고 나사는 전했다. 4개 위성은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1610년 인류 최초로 목성을 망원경으로 관찰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갈릴레오의 달들’로 불린다. 목성의 전체 위성은 60개가 넘으며 아직도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주노가 목성에 도착한 이날은 마침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 미국은 주노 계획에 15년 동안 총 11억달러(약 1조2639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