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오늘 아침 마신 우유…‘발암 위험’?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입력 : 2016.09.20 06:00:02 수정 : 2016.09.20 07:57:06
ㆍ유전자변형 소 성장호르몬 국내 대기업서 개발해 유통
ㆍ베일 싸인 GMO ‘소비자 불안’GMO 선택할 제도 마련 시급
LG생명과학이 유전자변형(GM) 소 성장호르몬을 개발해 판매회사 등을 통해 10년째 국내 축산농가 등에 유통시켜온 것으로 확인됐다. GM 소 성장호르몬은 젖소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도록 하는 인공 호르몬으로, 성장호르몬이 주입된 소에서 생산된 우유는 암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안전성 논란도 일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LG생명과학은 2006~2015년 국내에 89억7042만원어치의 소 성장호르몬 ‘부스틴’을 판매했다. 지난해 판매액은 1억2745만원이다. 부스틴은 LG가 상품화한 GM 소 성장호르몬(rBGH)으로, 멕시코,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부스틴을 포함한 소 성장호르몬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GM 호르몬의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대 새뮤얼 엡스타인 교수 등은 “GM 성장호르몬을 맞은 소의 우유에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이 일반 소의 우유보다 높게 나타난다”며 “체내에 축적되면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LG생명과학은 그동안 부스틴이 전량 수출용이라고 밝혀왔다. 2012년 여성환경연대가 부스틴의 국내 유통 사실을 확인하자 당시 LG생명과학은 ‘생산은 중단됐고 재고분을 유통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후 3년 동안 부스틴을 국내에서 계속 유통시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부스틴의 국내 판권은 다른 동물의약품회사에 넘겼다”며 “우유 생산량이 적은 일부 농장에서 성장호르몬 구매의사를 우리에게 밝히면 수출용 일부를 판매해 왔다”고 유통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에서 GM 관련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해 한국은 식용 유전자변형식품(GMO)을 220만t 수입해 1인당 연 40㎏꼴로 GMO를 소비했다. 하지만 GMO 여부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매일 식탁에 올라온 우유와 반찬·찌개에 GMO가 포함돼 있는지 소비자들은 확인할 길이 없다.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표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GMO를 쓰지 않은 농식품에 ‘GMO 미포함’ 표시도 허용되지 않아 ‘GMO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봉쇄돼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GMO 표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식품업계의 반발로 현실화될지 불투명하다.
김훈기 홍익대 교수는 “안전성 논란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도 GMO가 안전하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GMO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제도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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