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생고기 즐기면 연 1회 검진·구충제 먹어야” / 채종일 서울대 교수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1. 21:29

기생충학 세계적 권위자 채종일 박사 “생고기 즐기면 연 1회 검진·구충제 먹어야”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입력 : 2016.09.20 20:42:01 수정 : 2016.09.20 20:46:31

기생충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채종일 박사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더불어 전문적인 조기발견 및 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br />그는 ‘기생충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강윤중 기자

기생충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채종일 박사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더불어 전문적인 조기발견 및 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기생충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강윤중 기자

근래 10여년 사이 한국에서 인수공통감염성·식품매개성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생충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가을은 봄·여름철 인체에 감염된 기생충들이 본격 번식해 기생충 퇴치의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기생충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채종일 박사(65)는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고기 섭취 등 생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1년에 1회 정도 의사 검진을 받고 처방을 받아 적절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충·요충·편충·구충(십이지장충) 등이 인체 기생충의 전부라는 생각은 큰 오해”라며 “아메바·편모충·말라리아원충·와포자충·간흡충·장흡충·고래회충·개회충·고양이회충·선모충·동해긴촌충·아시아조충·선모충 등 전문적인 기생충이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서울대 의대(기생충학교실)를 정년퇴임한 그는 “신종 기생충 감염의 조기 발견과 전문 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기생충을 이용한 난치병 연구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내 기생충 감염 실태는 어떤가.

“회충·요충·구충 등 재래 기생충은 크게 감소했지만 해외에서 신종 기생충이 유입되고 있고, 기생충학이나 의료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토착 기생충도 발견된다. 진단조차 어려운 신종 기생충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적인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 기생충에 대처하는 요체는 뭔가.

“식생활 주의가 첫번째다. 어류나 패류 등 식품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물을 통해서도 여러 기생충이 감염된다. 만성질환자나 노약자, 면역저하자는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일을 삼가야 한다. 음식을 날것으로 섭취하는 걸 피하고, 채소나 과일을 깨끗이 씻고,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하며, 모기 등 해충에 물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 정기적으로 구충제 복용은 언제가 좋은가.

“구충제는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름에 날음식을 많이 먹어 기생충 감염이 축적된 결과 가을에 산란량이 극대치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 가을, 겨울을 지나는 동안 각종 음식을 통해 감염된 기생충들은 봄에 활동 및 산란을 다시 한번 극대화한다.”

― 시중 약국에서 파는 일반 구충제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구충제는 회충·구충·편충 등 몇 가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그친다. 식품이 매개하는 흡충류 같은 기생충 감염은 진단과 치료를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 뱀이나 사슴피, 야생동물 고기를 날로 먹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선모충(旋毛蟲) 감염이나 스파르가눔증 같은 치명적인 기생충에 걸릴 수 있어 위험하다. 설사나 복통·발열·현기증 등이 생기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런 기생충들은 분변검사만으로는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혈청검사 등을 전문적으로 시행해봐야 한다.”

― 저서인 <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에서 ‘기생충은 적이면서 친구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에 감염되면 영양분을 빼앗고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기생충은 분명 기생(寄生)이라는 말에 걸맞게 인간에 해롭다. 그래서 영원한 박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기생충도 적지 않다. 또 기생충을 이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와 임상 적용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들이 있나.

“개나 고양이에 기생하는 개구충(아메리카구충)을 이용한 기관지 천식 치료, 돼지편충을 활용한 만성 염증성 장질환 치료, 세포에 기생하는 톡소포자충을 이용한 암 면역요법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치료제 연구, 길이가 최대 9~10m에 달하는 대형 촌충인 동해긴촌충(광절열두조충)을 활용한 다이어트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 최근 국내 말라리아 감염자가 늘어나 걱정이다.

“원충(삼일열원충 등)이 적혈구와 간 세포 내에 기생하며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증이다. 중국얼룩날개모기 등 말라리아 매개모기에게 물리는 것이 원충에 감염되는 가장 큰 요인이고, 수혈(수혈제제 포함)이나 임신부와 태아 사이에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오한·발열·발한 등 전형적인 감염증상이 나타난다. 국내 말라리아 감염자는 연간 600~700명 정도인데 대부분 토착 말라리아다. 외국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돼 입국하는 경우가 매년 70~8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프리카·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2억명 이상이 감염되어 해마다 40만~50만명이 사망한다.”

― 정년퇴임 후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나.

“현직인 한국건강관리협회장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학계 및 동료·후학들과 힘을 합쳐 기생충학 연구와 역학조사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기생충이 만연한 국가에서 한국 의학자로서 봉사활동을 계속 펼칠 것이다. 일생의 작업으로 우리나라 물고기들이 얼마나, 어떤 기생충에 감염됐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 박물관(전시관) 건립 같은 교육사업과 개발도상국 기생충 퇴치 활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채종일 박사 주요 약력

 

1976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학연구원 감염병연구소장·의학연구원장(직대), 서울대 BK21 인간생명과학연구단장, 대한기생충학회장, 세계보건기구(WHO) 흡충질환 관리 전문위원(현), 세계기생충학회(ICOPA) 부회장(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장 및 부원장(현), 한국건강관리협회장(현)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00303&artid=201609202042015#csidx920785f4173c3bfb6dfbe0566e0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