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물학자들과 서호주 탐사…“생명의 기원 찾다 동족감 생겨”
ㆍ‘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펴낸 과학탐험가 문경수씨
남한 면적의 약 33배에 달하는 서호주는 우주생물학자들의 성지다. 35억년 전 초기 지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35억년 전 세상 그대로>(마음산책)는 과학탐험가 문경수씨(39)가 2010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이곳을 세 차례 탐사한 기록이다.
책은 서호주의 황량하면서도 매력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그 속에 숨겨진 초기 우주의 흔적들과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 탐험대원들 사이의 우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내고 있다.
과학잡지 기자로 일하긴 했지만 NASA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그가 NASA 우주생물학자들의 탐사를 따라나서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과학동아’에서 지질학과 천문학 분야 취재를 하던 그는 생생한 경험이 담긴 과학탐사기를 쓰기 위해 기자일을 그만두고 서호주로 떠났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지역은 서호주의 중심도시 퍼스에서 약 1000㎞ 떨어진 샤크만이다. 샤크만은 초기 지구 대기의 비밀을 간직한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보고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단세포 생명체인 시아노박테리아가 기생하는 암석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초기 지구의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광합성해 산소를 만들어냈다. 1961년 서호주의 해안가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군락이 발견된 것은 고생물학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관련 도서를 뒤지며 자료를 수집하던 문씨는 서호주지질조사국의 마틴 반 크라넨동크 박사를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박사가 제안했다. “9월5일부터 학회에 참석한 과학자들과 함께 탐사를 갈 예정입니다. 아마 각 대륙을 대표하는 우주생물학자가 함께하는 최초의 우주생물학 탐사가 될 겁니다. 같이 가지 않을래요?”
탐사팀의 전문가들 입장에선 문씨가 낯선 ‘불청객’으로 비칠 법도 했지만, 탐사가 진행될수록 초반의 거리감은 빠르게 지워졌다.
“처음에는 그들도 의아해했어요. 하지만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을 함께하다 보니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이 사라졌어요. 결국엔 그들도 저도 생명의 기원을 궁금해하는 호모사피엔스의 동족이라는 유대감이 생겼습니다.”
애초 과학탐사기를 쓰기 위해 호주로 떠났던 만큼 문씨는 자연스럽게 탐사대의 여정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호주에서 잠시 여행사 직원으로도 일한 적이 있어 탐사대의 코디네이터 역할도 겸했다. 그는 “이성적이고 분석적이기만 할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탐사대의 과학자들은 유머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매체가 젊은 과학탐험가들을 지원하기도 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과학탐험가’는 여전히 낯선 직업에 속한다. 문씨는 “직업적인 과학탐험가는 거의 없지만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탐험을 떠나는 일반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문씨도 과학 공부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2007년부터 과학탐험을 해왔다. 그는 “해마다 여름이면 공룡 탐사와 우주생물학 탐사를 해왔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극지생물학자들과 알래스카나 그린랜드 같은 극지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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