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GMO, 거부권이 없다]③ “GMO 제초제로 자폐증 아이 늘었다는 논문에 신념 바꿔”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ㆍ안전성 검증 없이 ‘맹신’
ㆍ‘GMO 반대’로 돌아선 강원대 임학태 교수
임학태 강원대 교수(55·생명건강공학 전공)는 1990년대부터 올 초까지 유전자변형식품(GMO) 연구·개발을 활발히 해오던 학자였다. 기능성 감자 개발로 ‘감자박사’로 불린 그는 지난 5월 이후 ‘GMO 반대론자’가 돼 각종 강연 등을 통해 GMO 개발과 확산의 문제를 설파하고 있다.
그가 반대론자가 된 것은 ‘카페인보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GMO용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사용으로 아동 자폐증 환자가 늘었다는 논문을 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8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연구실에서 만난 임 교수는 “GMO는 미래 농업을 선도할 기술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무분별하게 GMO를 받아들이면 인류와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 입장이 바뀌기 전 GMO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이었나.
“1991년부터 25년 동안 재래 육종과 유전공학 기술을 함께 연구했다. 유전공학이 재래 육종방식을 보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초제 내성 GMO를 재배하면 제초제 사용량이 줄고 토양에도 흡수되지 않는다는 몬산토 같은 기업들의 주장을 믿었다. 지난해까지도 담배, 고추,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대상으로 GMO 연구를 해왔다. 학교에서도 유전자재조합 강의를 하면서 GMO가 인류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가르쳐왔다.”
- 입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4월 말 제주 서귀포시에서 식량문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재미교포인 GMO 반대운동가의 강의가 같은 행사에서 열렸다. 당시만 해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여겨 이유를 따져 물으니, 그가 일주일쯤 뒤 자신이 정리한 근거 자료를 책으로 엮어 전달했다. 책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년간 자료가 간추려져 있었다. 참고자료가 350개고, 이 중 250개는 실제 발행된 논문이다. 그중 인상적인 게 GMO용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사용량이 증가한 기간 동안 유아·청소년기 자폐증 환자도 늘었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논문이다. 자폐증 환자들은 비타민D3가 부족한데, 글리포세이트가 인체 내부에서 비타민D3를 만드는 효소인 ‘사이트크롬 P450’ 생성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글리포세이트는 카페인보다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연구결과들을 보니 GMO 연구를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
- GMO 연구를 중단한 데 그치지 않고 반대운동까지 나선 이유는.
“내가 GMO를 반대하는 것은 GMO 자체의 불안전성 때문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GMO 종자는 제초제 저항성 작물인데, 제초제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개발사의 설명과 달리 실제 사용량은 늘었다. 말로만 듣던 ‘슈퍼잡초’도 올여름 미국 밀 농가를 방문해 목격할 수 있었다. 글리포세이트가 인체와 동물의 소변에 남는다는 연구도 있고, 토양과 하천에 흘러들어가거나 대기 중에 확산되면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싸다는 이유로 GMO만 사용하다 비(非)GMO 작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GM 콩·옥수수만이 남는다면 생태계도 파괴되고 몬산토 등 대기업에 대한 종자 의존도가 커지게 된다. 이런 것들을 깨닫고 반대 강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GMO 잔류농약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서 승인한 수입 GMO는 대부분 몬산토 등 개발사가 자체 검사한 안전성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실험동물 표본이 매우 작고 실험 기간도 짧다. 국내에서 추가로 잔류농약 검사를 해야 한다.”
- 생명과학계에서는 GMO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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