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탈원전 기치 든 ‘전력반군’, 골리앗과 싸워 승리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15. 13:59

■탈원전 기치 든 ‘전력반군’, 골리앗과 싸워 승리
>>독일 쇠나우 ‘마을 발전소’

 

독일 쇠나우 마을에 있는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된 주택들.  ‘골드만 환경상’ 홈페이지의 영상 갈무리

독일 쇠나우 마을에 있는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된 주택들. ‘골드만 환경상’ 홈페이지의 영상 갈무리

독일 서남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쇠나우 마을. 2500명이 사는 이곳엔 시민들의 발전소가 있다.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들이고, 열병합과 수력·풍력 등 친환경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 독일 전역에 공급한다.

협동조합이 운영주체인 전력회사 ‘쇠나우 발전소’(EWS)다. 조합원만 4750명(지난해 말 기준)이고, 이 발전소의 전기를 쓰는 소비자는 16만1000명에 이른다.

쇠나우 시민 발전소의 역사는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시작된다. 주민들은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 모임을 꾸려 탈원전 캠페인을 벌였다.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쓰는 대신 직접 전기를 생산해보기로 했다. 소형 열병합 발전기와 소수력 발전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전력공급은 한국전력처럼 독점권을 쥐고 있던 대기업 ‘라인펠덴 송전소’(KWR)를 통해야만 했다. 친환경 방식으로 만든다고 해도 이 기업에 전기를 판 뒤 다시 사들여야만 하는 구조다. 주민들은 1991년 KWR의 독점권 연장 반대안을 주민투표에 부쳤고 1994년 마침내 자신들의 발전소를 설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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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WS는 더 나아가 조합원들로부터 출자금을 모으고 독일 전역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여 조달한 자금으로 1997년 KWR로부터 전력망을 아예 인수했다.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참여로 지역분산형 재생에너지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쇠나우의 ‘전력반군’이 골리앗과 싸워 이겼다”고 보도했다. 원전 반대 모임을 결성해 EWS 설립을 주도한 우르술라 슬라덱(사진)은 2011년 환경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다.

시민 참여와 정부의 정책이 맞물린 독일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800여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을 탄생시켰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32.6%까지 끌어올렸다. 이 비율은 한때 80%까지 높아져 공급 과잉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화력·원자력 등 화석에너지 발전사들 간에 가격 경쟁이 붙어 한때 ㎿h당 마이너스 130유로에 전력을 판매하는 일도 발생했다. 독일은 전력망 운영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화석에너지 전기에 우선해 매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화석에너지 발전소로서는 발전을 중단했다 재가동하는 것이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자에게 외려 돈을 지불하고 전기를 팔았던 것이다. 독일은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있어 재생에너지는 경쟁없이 고정가격에 거래된다.

독일의 최대 전력회사인 ‘E.ON’과 2위 ‘RWE’ 등 주요 발전사들은 화력·원자력 발전 부문을 본사에서 분리시키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5%까지 늘릴 계획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독일 정부의 제도 설계와 기후 변화, 에너지에 대한 높은 시민 의식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전기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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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210100&artid=201610142115005#csidx878f0b284e9f2149af1bc352470fd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