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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과연봉제 유보한 서울대병원 노사 합의를 환영한다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16. 23:04

[사설]성과연봉제 유보한 서울대병원 노사 합의를 환영한다

 

서울대병원 노사가 자율교섭을 통해 내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15일 업무 정상화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모든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2017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 시행을 압박하는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을 차기 정부로 미룬 서울대병원의 결정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도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없도록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점에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산하기관 중 처음으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을 어기고 한발씩 물러서 합의를 이뤄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파업 3주차로 접어드는 다른 공공부문 사업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사례는 노동법과 노사합의를 무시한 채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의 대응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와 사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식에 대한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가 시행될 경우 초래될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개별 실적에 매몰되는 성과연봉제는 공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이 어렵게 노사 합의를 이룬 배경에도 의료의 공공성 악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노사 합의안에는 어린이병원 진료비 부담 완화, 환자 급식 질 개선, 응급실 과밀화 해소 등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정부가 과연 서울대병원 노사합의에 어떤 식의 반응을 보일지에 있다. 앞서 서울시 산하 5개 지방공기업이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행정자치부는 곧바로 내년도 임금인상률 삭감 등 보복 조치로 대응했다. 정부가 서울대병원에도 동일한 방식의 대응으로 나설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은 더 이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를 대변하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조차도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너무 경직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노동부와 법무부도 공공부문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전제하고 몰아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자인한 바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노사간 자율교섭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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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62111025&code=990101#csidx7756f73ee814b09b8560cdafb43670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