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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게 약을 달라고 추파를 던지는 필리핀의 두테르테 / 경향신문에서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19. 22:55

중심축 바꾸는 필리핀 “중·러와 군사훈련 가능”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ㆍ두테르테 ‘미’ 대신 ‘중’ 먼저 방문…취임 후 첫 해외 순방
ㆍ남중국해 판결 후 경색 관계 풀고 경제실익 위해 화해모드

중심축 바꾸는 필리핀 “중·러와 군사훈련 가능”

전통 우방국인 미국 대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본격적인 ‘피봇 투 차이나’(중국으로의 중심축 이동)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8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방중은 역사적”이라면서 “중국과 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아세안(ASEAN) 국가를 빼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라며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찾았음을 부각시켰다.

두테르테와 시 주석의 만남을 계기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테르테는 방중에 앞서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필리핀에는 200만명의 중국인과 화교가 거주하고 있다”며 “중국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중국인이라며 중국과의 혈연도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가 남중국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중국과 함께 남중국해 수역을 개발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홍콩 봉황위성TV 인터뷰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해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필리핀 내 미군기지 철수 등 중국이 관심을 가져온 민감한 이슈들이 거론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지난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원고인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후 급격하게 경색됐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필리핀은 대립 대신 협상을 택했다”며 “우호, 경제무역 협력 등 모든 것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PCA 판결을 부정하며 당사국 간의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과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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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국제 판결을 수용하지 않아 국제적 명성에 흠이 갈까 우려하는 중국과, 경제성과를 거둬야 하는 두테르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가 남중국해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필리핀 농산물의 중국 수출을 늘리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인프라 건설에서 중국의 투자를 받는 등 경제적 실익을 챙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CNN은 ‘필리핀의 차이나 갬블(중국 도박)’이라는 기사에서 “두테르테가 필리핀의 외교정책을 바꾸고 있다”며 “그는 중국이 준비한 뜨거운 환대와 통 큰 원조라는 레드카펫을 밟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고 싶다며 필리핀의 인프라 건설에 중국이 연성차관을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에서 그는 철도·항만 건설 등을 위한 차관뿐 아니라 중국 투자 등 실질적인 경제 실익을 챙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중에는 최대 규모인 400명의 필리핀 기업인들이 동행했다. 동행단에는 맥주로 유명한 산미구엘그룹, 중국계 부동산기업 SM그룹, 식품회사 JG서밋홀딩스 등 필리핀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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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70207&artid=201610182238015#csidx9a7765812c039f2a05c9567d0b88c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