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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제목은 "나는 점쟁이다"? / 경향신문에서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22. 08:50

[기자칼럼]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정치부 김진우 기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일주일 전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을 쟁점화하고 나섰을 때부터 향후 전개 과정이 짐작이 갔다. 이미 본보기도 있다. 2013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이다.

[기자칼럼]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마 새누리당은 본질과 무관한 부분만을 콕 집어내 ‘침소봉대’식 의혹을 제기할 것이다. 야당 측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해도 나쁘지 않다. ‘진실 공방’이 벌어져 장기전으로 간다고 손해볼 게 없다. 무대응으로 나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이면 된다. 적절한 때에 청와대에서 “중차대한 문제”라고 거들고 나서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검찰 수사도 시작된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도 이처럼 익숙한 패턴을 따라 전개되고 있다. ‘NLL 포기’ 논란 당시 전개 과정이 이랬다.

놀랄 일은 아니다. ‘특기’를 살리겠다는데 어쩌겠나.

정부·여당은 ‘방어의 왕자’다. 색깔론이나 편 가르기로 위기를 타넘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NLL 포기’ 논란부터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가 수세에 몰리던 때였다. 지난달 말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국감 보이콧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 등 여권에 불리한 현안을 흐리는 데 일조했다.

그러고 보면 박근혜 정부 4년은 각종 의혹이나 정책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에 대해 항상 이런 대응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여권은 ‘B 학점’이라고 자평할지도 모르겠다. 효과가 검증된 방식을 한 번 더 써먹는 거야 식은 죽 먹기였을 거다. 일종의 ‘경로의존성’이다.

실제 새누리당에선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신이 난 표정이 역력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논란의 흐름을 잘 끊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참에 현재의 북핵 위기론까지 10년 전 노무현 정권 탓으로 덮어씌우는 낯두꺼움마저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다. 이런 식의 상대방 깎아내리기, ‘얘가 이런 짓 했대요’라는 식의 대응이 어떤 생산적인 결과를 내놓는지 말이다.

여권이 종북몰이와 편 가르기를 통해 각종 의혹 방어에 ‘B 학점’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북핵 위기와 경제·민생 위기 등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는 데 무능한데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그거 하나라도 잘하니 그나마 낫다”고 칭찬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여권이 ‘송민순 회고록’을 정쟁으로 몰아가는 사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라져 버렸다. 한국 경제 위기론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무능·무책임·무기력하다는 지적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집권세력은 국가의 명운을 가를 현안에 대한 해결 능력도, 희망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위업을 다 깎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는 지경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굳건히 지킬 때 한 여권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이 지지율 40%로 임기를 마치면 뭐 하나. 이 정권이 뭔가 해놓은 게 없는데.”

그나마 ‘콘크리트’라던 박 대통령 지지율도 30%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국민들에게 이미 ‘무능’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까지 북한 탓, 야당 탓, 노무현 탓, 노동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할 것인가.

박근혜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세간에 떠돌듯 ‘2대 미스터리’ 정권으로 기록될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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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212043015&code=990100#csidxf0e0e403ae2e14e8de4fc6ed5209a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