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사막 사랑하기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29. 07:50

   나는 사막을 사랑한다.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비행기를 몰고 가다가 사막에 불시착하여 머물러서 자신의 고독을 이야기로 썼던 그런 사막을 나는 사랑한다. 그런 사막에서는 향기가 난다. 당신은 ‘사막에서 향기가 난다’는 말을 나의 말을 믿겠는가? 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당신은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보라! 거의 비가 오지 않고 세찬 바람이 불면 거의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온통 하늘이 뿌옇게 되어 버리는 사막을 여행을 떠나보라! 모래바람이 이는 날이며 정말로 사람들은 두통을 겪는다. 나는 현지인들이 모래바람 속에서 두통으로 고통을 받는지 알지 못하지만 숲이 우거진 나라에서 사막으로 갔던 나는 일 년에 몇 차례씩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심한 통증을 앓았다.

   그러나 모래바람이 일지 않고 청명한 날씨 속의 사막은 향기를 풍긴다. 마치 싱싱하고도 영양가 높은 우유의 냄새와 같은 향기가 사막에 퍼진다. 왜일까? 왜 사막에는 향기가 일까? 나만 느끼는 사막의 향기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막에서 당신은 향기냄새를 느끼지 않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없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막의 향기에 대하여 물어보지 않은 것이 나의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사막의 향기를 지니고 사막을 떠났으니까 나는 여전히 추억 속에서 사막과 싱싱한 우유냄새는 항시 공존한다.

나는 사막에서 왜 향기가 나는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나만의 틀린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사막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광으로 인하여 땅이 철저히 멸균되기 때문에 사막에는 향기가 인다고 나는 상상했다. 매일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고, 밤에는 기온이 깊숙이 내려가서 일교차가 심한 사막은 마치 담금질을 당하는 쇠붙이처럼 세균이라고는 전혀 없는 멸균상태의 우유와 같으리라.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와디와, 계곡에 위치하여 항상 물이 고이는 매우 희소한 오아시스 외에는 식물다운 식물이 존재하기 힘든 사막에는 한 방울의 물이라도 오래 보전하려고 애를 쓰는 잎이 공처럼 동글동글한 식물들이 많이 자란다. 그리고 그 식물도 툭하면 뿌리째로 뽑히어 사막 위로 굴러다닌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햇살을 강하여 어디에서 그늘을 없다. 따라서 세균을 좀처럼 살아나기 힘들다. 오죽하여 사막에서는 사람의 시체도 빠르게 수분이 사라져 미라로 남는 일이 그렇게 흔하겠는가? 세균이 살기 힘들기 때문에 사막을 깨끗하고 향기롭다.

   너무 깨끗하다는 것. 향기가 날 정도로 깨끗하면, 그런 장소는 사람들이 살기가 그다지 수월하지 않다. 물이 부족하기에 사람을 포함하여 생물들이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따라서 적은 강우량에도 살아남는 양이나 염소를 기르는 목축업을 하거나 대상(隊商: caravan)을 지어 먼 지역으로 교역을 하여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 사람들의 삶은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처절하다 할 수 있다. 아무리 근세에 이르러 그 사람들이 사는 땅에서 무진장한 석유가 발견되어 그들이 돈방석에 앉았다할지라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다채롭지 않다.

   내가 사막을 사랑하는 이유는 사막에서 나는 향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이, 아니 생물이 살아가기 지난한 사막에는 그러므로 늘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인다.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막을 그래서 불모의 땅이라고 사람들은 이름을 붙이고 만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사하라 사막 걷기와 같은 대회를 왜 여는 것일까?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기 위하여?!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기 위하여 사하라 사막을 며칠씩 뜨거운 햇빛과 싸우면서 건너는 시합의 의미는 결국 인간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리라; 얼마나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가? 무척 잔인한 시합이지만 어차피 우리 인간은 인생을 통하여 고난을 겪지 않는가? 태어나서 노인이 될 때까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생을 영위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몇 명이나 될까?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 극도의 고통을 겪는다면, 그리고 삶이란 죽음이 있기 때문에 고귀한 것이라면 - 죽지 않은 생명에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 고통 또한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보듬어야 할 삶의 일부가 아닐까? 물론 우리는 인간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말이다.

   나는 사막을 사랑한다. 싱싱한 우유 냄새가 진동하고, 인간에게 찾아오는 새로운 시발점을 펼치는 사막을 추억 속에서 나는 반추하며 모래로 된 대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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