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 (13)

이윤진이카루스 2011. 8. 10. 23:08

밀기울은

보리껍질을 빻아 만든 가루로

지금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지만

전쟁이 끝나고 사람의 주식이었으리라.

 

깔깔하고 짚 냄새를 풍기는

밀기울를

떡을 만들어 먹는데

밀가루라도 섞으면 얼굴이 환하고

그냥이라 충분하면 안심이 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떻게 지나는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보릿고개에는

밀기울도 사라지고

간장으로 배를 채우는 낮의 햇빛은

너무나 화사하여 드러누운 몸뚱이를

조롱했다,

태양이 비웃었다.

 

과거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위하여 기억하라,

슬프다 못해 허탈하던 시간을.

 

 

 

 

'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 현재 미래  (0) 2011.08.10
회상, 보릿고개  (0) 2011.08.10
순간에서 영원을 바라보며  (0) 2011.08.10
아테네와 앵글로 색슨은...  (0) 2011.08.08
버트런드 러셀을 위하여  (0) 201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