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 넘어
다시 찾아간 고향에는
널빤지에 아이를 앉히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던
피난민 영감은 없고
아비끼리 잘 안다며
아들이 나를 찾았다고.
물감으로 형형색색이 된
흔해빠진 도루묵 알을 씹은
냉혹하게 지냈던 시절은
아득한 과거로 흘러가고
아이도 아비처럼 늙었겠지.
전쟁을 일으킨 자에게
포화에 쓰러진 자에게
세월은 무작정 가버리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한 세대가 사라지고
두 세대가 멀어지면
시간은 비틀거리고
대지는 바다와 함께
추억을 지워버린다.
무엇이 남을까,
시간이 가버리고
미래가 섬뜩 오면.
누가 기록할까,
이렇게 살았던 삶과
저렇게 찢어진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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