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명의 시작과 과학
우리의 서구 문명은 과학에 근거한 문명이다. 서구 문명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갈릴레오(Galileo), 케플러(Kepler) 그리고 뉴튼(Newton)이 설립한 과학에 근거한 문명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케플러(Kepler)와 뉴튼의 과학은 그리스인들이 발명한 우주론의 연장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서구 문명이 그리스인들에 의하여 설립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진리의, 민주주의의, 정의(正義)의, 인간애의 그리고 심지어 인간 형제애의 이념을 전수받은 것도 그리스인들로부터였다; 서구 문명의 정치 역사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된 이념들을 전수받은 것도 그리스인들로부터였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서구문학을 그리스인들에게 빚지고 있는데, 이것은 처음부터 과학 및 우주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었다. 문학과 과학 모두는 이야기로, 신화(神話) 만들기로 그리고 특히 우주론적인 신화 만들기로 시작한다.
이야기나 신화 만들기가 구체적으로 인간 언어의 출현으로 인한 초기 결실의 하나라고 나는 제안한다. 자기표현도 의사소통(communication)도 인간의 언어에 고유하거나 특징적이지 않다: 이유인즉 동물 또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동물들과 의사소통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과, 인간이 언어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태를 기술(記述)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사실적이거나 가능한 상황을, 사실적이거나 가능한 사실들을 기술할 수 있다.
이것은 최고로 중요하다. 가장 단순한 사건에 대한 심지어 가장 단순한 언어적 기술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도 최고의 업적이고,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상상력이 자극된다. 이것으로 인하여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있는 이야기하기가 발생한다; 아마도 실패에 대한 핑계를 제시하는 이야기들이나, 사냥에서 어떤 성공을 과장하는 이야기들이 발생한다.
이야기하기는 특별히 인간적인 업적으로 보이는데, 참된 이야기와 거짓 이야기를 구별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리하여 진리의 문제가 등장하여,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그 보고서의 진위를 검토한다는 관념이 등장한다. 비판적 검토가 없다면 전형적으로 상상적인 설명적 이야기들이나 신화(神話)들로 구성될 과학을 구분해내는 것은 이 비판적 검토라고 내가 제안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문학과 과학은 뿌리가 같다; 문학과 과학은 둘 다 상상
1973년 5월 8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캔터베리 대학(the University of Canterbury)에서 수행한 헨리 댄 브로드헤드(Henry Dan Broadhead) 기념 강좌.
하여 설명하는 이야기에, 상상하여 설명하는 신화(神話)에 뿌리를 둔다.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은 과학에서 비판에 의하여 수행되는 우세한 역할이다: 사실과의 대응이라는 관념에 의하여, 진리라는 규제적 관념에 의하여 지배되는 저 종류의 비판이 수행되는 우세한 역할이다.
가장 중요한 신화 가운데 우주론적 신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를 우리에게 설명하는 신화가 있다. 그리스에서, 초기 철학과 초기 과학을 낳았던 것은 이 우주론적 신화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수정이다.
브로드헤드(Broadhead)가 그렇게 열광적으로 흥미를 지녔던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스의 우주론적 신화와 초기 그리스 과학은 자체의 주제와 문제를, 호메로스(Homer)와 헤시오도스(Hesiod)의 상상적 운문에서 최초로 상술된 저 사유의 세계들에서 얻는다.
도전적이지만 과장되지는 않은 방식으로 이것을 표현하면: 호메로스로부터 초기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과 우주론자들에게로 향하는 단지 2 내지 3단계가 있다: 탈레스(Thales),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er), 크세노파네스(Xenophanes),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와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에게로, 계속해서 그다음에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플라톤, 유클리드(Euclid),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와 아리스타코스(Aristarchus)에게로 향하는 단지 2내지 3단계가 있다. 그리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와 아리스타코스로부터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케플러(Kepler), 뉴튼과 아인슈타인(Einstein)에 이르기까지 다시 몇 단계만 있다. 그래서 뉴튼과 아인슈타인이 거의 3,000년이 지나서, 우리 문명의 여명기에 존재했던 위대한 신화창조자들이 지녔던 상상적 꿈이 진리를 향한 발걸음이었음을 증명했다고 언급될 것이다.
여기에다 나는 이 발전을 본질적으로 귀중한 것으로서 간주한다고 부언할 것이다: 그 발전이 우리의 정신을 독단과 편견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이유뿐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ㅡ 현상의 세계 뒤에 있는 새로운 실재 ㅡ 열어준다는 이유로도 내가 귀중한 것으로서 간주한다고 부언할 것이다. 이것을 나는 모든 기술적 응용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ㅡ 칼 포퍼, 아르네 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년,
105-106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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