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충돌의 결과, 관습이나 규약은 진리가 아니다
(5) 자신의 초기 발견들에 대한 그의 순진한 신뢰가 흔들리자마자 파르메니데스는 그 발견들을 과학이나 지식 혹은 진리로서 선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훌륭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그 발견들을 몽땅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자기에 앞서서나 혹은 자신의 시대에 다른 인간들보다 자신이 진리에 더 가까이 갔음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이 버린, 즉 포기한 우주론인 진리에 가장 가까웠던 한 가지 거짓 우주론을 ㅡ 사례로, 견해의 길로부터 나온 가능한 최고의 사례로 가장하여 ㅡ 완전히 설명한다; 여하한 인간이 당시까지 도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리에 근접한 우주론.
여신은 그 모든 것이 한 가지 결정적인 실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서 설명한다: 진리의 길에 있는 동안 그녀는 존재가 틀림없이 하나이어서 분리되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반면, 이제 그녀는 한 가지 실재보다 두 가지를 (실재적 물체) 상정하여 그 물체에게 이름을 (‘빛’ 그리고 ‘밤’과 같은 것인데 두 가지 모두 물질이 그러한 것처럼 실재적이 아니다) 부여함으로써 ㅡ 물론 명칭-부여는 규약적이다 ㅡ 우리가 이미 잘못된 길인 감각주의와 규약주의 및 거짓으로 향하는 위험한 비탈을 타고 있음을 밝힌다.
자신의 동시대인인 핀다로스(Pindar)와 함께 파르메니데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립을 그리스 사상에 도입했다:
자연이나 진리 대(對) 규약이나 거짓.
이 중요한 구분은 문화충돌의 결과였다. 단편 글 B16과 B15에 있는 크세노파네스의 언급으로 인하여, 비판적인 즉, 논증적인 사고를 깨우치는 데서 문화충돌이 얼마나 큰 역할을 수행하는지 매우 분명해진다. 처음에 발견되는 것은 다양한 민족들의 법률과 신(神)들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규약적이다; 그것들은 진리가 (틀림없이 하나인) 아니라 많은 다른 규약들로 구성된다.
이런 방식으로 다양성은 (말하자면 ‘많음’) 거짓과 규약성의 지표가 된다. 유사하게, 다양한 민족들은 많은 다양한 견해들을 태양 아래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하여 지니고 있지만 ㅡ 그들이 현상의 세계인 감각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ㅡ 이 모든 것은 단지 견해로 순전히 규약이다. 그래서 명칭 부여하기는 규약적이다. (다양한 민족들이 지닌 다양한 언어의 어휘가 규약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것을 해석할 것이다.)
이제 최소한의 ‘많음’은 두 가지이다: 그러므로 이원적 세계상은 규약적임과 동시에 거짓의 심연으로 향하는 첫 번째 걸음이다. 그래서 진리의 (일원적) 길로부터 한 걸음만 벗어남에 의하여 우리는 진리가 아닌 견해로 귀착되게 마련이다. 우리의 지성적 타락의 첫 번째 걸음은 여신에 의하여 기술되고 분석되는데, 여신은 ‘어떻게 그것이 발생하게 마련이었는지’ ㅡ 다시 말해서, 규약주의 대하여 최소한의 양보라도 하자마자 ‘어떻게 기만적인 (즉, 규약적인) 견해가 승리하기 마련이었는지’ ㅡ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것은 감각과 규약에 의하여 오염된 규약적인 사고 전체를 내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더 높은 지평으로, 초인간적 수준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계시를 여신 디케(Diké)에게로 가는 여행으로 기술하는데 여신은 그다음 그에게 진리를 계시한다. 여신은 또한 인간의 지성적 타락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준다: 이유인즉 여신은 그 이야기가 단순히 그런 상태로 배척되도록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신은 진리를 밝혀야 한다, 그래서 여신은 ‘어떻게 기만적 견해가 실재로서 오인되었고 그리하여 승리하게 되어 모든 것을 관통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말한다. 그리하여 이런 방식으로 여신은 파르메니데스 자신의 초기 우주론을 ㅡ 물론 진리로서가 아니라 인간 견해의 더 우월한 형태로서 ㅡ 말할 수 있다: 그 우주론은 인간들의 모든 다른 개념보다 진리에 대하여 나은 근사치 ㅡ 더 진리 같은 ㅡ 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우주론은 거짓이다.
ㅡ 칼 포퍼 저, 아르테 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년, 139-140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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