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시류 역행이라는 우리의 과업
이유인즉 과학에서 관념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관념들을 창출하는 것에만 중요성에서 두 번째라고 내가 깊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을 대부분의 다른 지적 행동과 구별하는 것은 과학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관념들을 향한 비판적 태도라고 ㅡ 진리의 관점에서(sub specie veritatis) 그 관념들에 대한 비판 ㅡ 나는 깊이 확신한다.
철학자로서 매우 특수한 비판적 과업이 ㅡ 시류를 거슬러 가는 과업 ㅡ 우리에게 있다고 나는 제안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비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가망이 없을지라도 무시당하는 관념과 특히 새로운 관념을 돕고 뒷받침하려고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관념들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관념들 몇몇에 진리가 드물지라도, 그 관념들은 아마도 지성적 필요를 지적하거나, 아마도 우리가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관념들의 집합 내부에 있는 어떤 혼동을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심지어 새로운 관념이 수용된 이후에도 그리고 특히 그 새로운 관념이 강력한 독단이 되어 지배적인 이념이 된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시류에 역행해야 한다고 나는 제안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수용된 거의 모든 관념을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우리는 어떤 지배적 유행의 선도를 추종하려 하고 철학적 시류든 아니면 소위 패러다임이든 혹은 영향력이 있는 과학적 시류이든 지성적 시류에 편승하려는, 일반적인 경향과 우리가 싸워야 한다.
2 과학적 연구 ㅡ 끝없는 탐구
시류에 역행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철학자나 과학자는 자신의 관념이 유행하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시류를 역행하는 경험이 많은 자는, 자신이 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음을 발견한다면 무엇을 할지 알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행위가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시류에 역행함을 의미할지라도, 그는 그 행위를 계속할 따름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아이작 뉴튼(Isaac Newton)은, 원격작용을 철학적으로 바보인 사람만 ㅡ 자신에게 충성하여 따르는 로저 코티즈(Roger Cotes)에도 불구하고 ㅡ 수용할 수 있는 이론으로서 아마도 다소 너무 혹심하게 기술했다. 칼 마르크스는 ‘나,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야(Moi, je ne suis pas marxiste)!’라는 훌륭한 말을 ㅡ 자신이 그 말을 했다면, 그 말은 틀림없이 그의 최고 언급이다 ㅡ 했다고 믿어진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쉬지 않고 진화론을 위하여 싸웠지만, 변종 가능성과 선택은 진화론 설명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두 가지일 따름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에 관하여 ‘상대성이 더 포괄적인 이론으로 가는 길을 가리킨다는 것보다 더 공정한 운명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P. A. M. 디랙(Dirac)은 자신의 이론이 지닌 난제들에 관한 다음 문단으로써 자신의 저서 양자역학의 원리(The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를 매듭짓는다:
난제들은, 심오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론의 기초에서 어떤
급격한 변화, 아마도 보어(Bohr)의 궤도 이론에서 현재의 양자
역학으로 이전하는 것만큼 급격한 변화에 의해서만 제거될 수
있다.
ㅡ 칼 포퍼 저, 아르네 피터슨 편집,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2007년, 147-148쪽ㅡ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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