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번역 … “칸트는 자기 사상대로 살다간 巨人” | ||||||
[인터뷰] 칸트 3大 비판서 완역한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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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단력 비판 번역 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오랜 만에 언론에서 칸트의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칸트가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한국의 서양철학 연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언급해주시죠.
“칸트 철학의 궁극적인 물음은 “인간은 무엇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칸트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인간이 추구하는 眞·善·美·聖이라는 궁극적 가치의 의미를 밝혀냄으로써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칸트는 우선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라는 세 물음을 제기하는데, 『순수이성비판』은 첫째 물음, 곧 진리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며 그 결실이 칸트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이라 하겠고,『실천이성비판』은 둘째 물음, 곧 善의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는바 그 결실이 그의 윤리학이고,『판단력비판』의 후반부는 다른 종교철학 저술과 함께 셋째 물음, 곧 최고선 및 聖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 결실이 희망의 철학인 칸트의 이성종교론입니다. 이에 덧붙여 『판단력비판』의 전반부는 말하자면 ‘나는 무엇에서 흡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고, 그 결실이 그의 미학이론이라 할 것입니다.”
“저는 인문학의 경우는 80% 이상 인류 공동 자산의 전승이 그 과업이라고 봅니다. 플라톤이나 칸트, 주자나 율곡처럼 어쩌다 나타나는 탁월한 인사들만이 창작을 내 전승할 자산을 늘려주지요. 창작할 능력이 있는 이는 창작 업적을 내 그 본분을 다하고, 그럴 재주가 없는 이는 전승의 소임을 맡아 그간 공부하도록 지원해 준 사회에 보답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도 더러 논문도 쓰고 저술도 냅니다만, 논문이든 저술이든 역서이든 인문학은 인간사회에 향취와 품격을 더하는 것이 그 의의인 만큼 그에 기여한 정도에서 평가하고 평가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인문학의 경우는 그렇기에 고전의 역서가 [평범한] 저술에 비해 그 가치가 덜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칸트의 원저에 비할 때 그 역서는 미천한 것입니다만.) 저서이든 역서이든 출판되면 일정 부수가 팔릴 때 출판사가 계속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 텐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학술서 판매는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 기간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책값이 그 저작의 공력에 비례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께에 따라 ?종이 값 산정 방식으로? 정해지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책은 출판되면서 이미 폐지로 활용할 때의 값이 매겨지는 셈입니다. 그림도 크기로 값을 매겨 사고파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철학 출판 시장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칸트는 물론이고, 여러 그리스 고전, 근대철학의 고전 등등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 많지만, 최근 철학자들의 책들만 집중적으로 번역 출간되는 현상이 그렇거든요. 학문적 깊이 보단 입맛을 추구하는 대중과 출판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러한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고자 하는 일부 학자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긍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현상인지….
△향후 어떤 연구 및 번역 계획이 있으신가요.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
1988년부터 번역 … “칸트는 자기 사상대로 살다간 巨人” | ||||||
[인터뷰] 칸트 3大 비판서 완역한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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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단력 비판 번역 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오랜 만에 언론에서 칸트의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칸트가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한국의 서양철학 연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언급해주시죠.
“칸트 철학의 궁극적인 물음은 “인간은 무엇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칸트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인간이 추구하는 眞·善·美·聖이라는 궁극적 가치의 의미를 밝혀냄으로써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칸트는 우선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라는 세 물음을 제기하는데, 『순수이성비판』은 첫째 물음, 곧 진리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며 그 결실이 칸트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이라 하겠고,『실천이성비판』은 둘째 물음, 곧 善의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는바 그 결실이 그의 윤리학이고,『판단력비판』의 후반부는 다른 종교철학 저술과 함께 셋째 물음, 곧 최고선 및 聖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 결실이 희망의 철학인 칸트의 이성종교론입니다. 이에 덧붙여 『판단력비판』의 전반부는 말하자면 ‘나는 무엇에서 흡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고, 그 결실이 그의 미학이론이라 할 것입니다.”
“저는 인문학의 경우는 80% 이상 인류 공동 자산의 전승이 그 과업이라고 봅니다. 플라톤이나 칸트, 주자나 율곡처럼 어쩌다 나타나는 탁월한 인사들만이 창작을 내 전승할 자산을 늘려주지요. 창작할 능력이 있는 이는 창작 업적을 내 그 본분을 다하고, 그럴 재주가 없는 이는 전승의 소임을 맡아 그간 공부하도록 지원해 준 사회에 보답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도 더러 논문도 쓰고 저술도 냅니다만, 논문이든 저술이든 역서이든 인문학은 인간사회에 향취와 품격을 더하는 것이 그 의의인 만큼 그에 기여한 정도에서 평가하고 평가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인문학의 경우는 그렇기에 고전의 역서가 [평범한] 저술에 비해 그 가치가 덜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칸트의 원저에 비할 때 그 역서는 미천한 것입니다만.) 저서이든 역서이든 출판되면 일정 부수가 팔릴 때 출판사가 계속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 텐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학술서 판매는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 기간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책값이 그 저작의 공력에 비례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께에 따라 ?종이 값 산정 방식으로? 정해지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책은 출판되면서 이미 폐지로 활용할 때의 값이 매겨지는 셈입니다. 그림도 크기로 값을 매겨 사고파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철학 출판 시장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칸트는 물론이고, 여러 그리스 고전, 근대철학의 고전 등등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 많지만, 최근 철학자들의 책들만 집중적으로 번역 출간되는 현상이 그렇거든요. 학문적 깊이 보단 입맛을 추구하는 대중과 출판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러한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고자 하는 일부 학자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긍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현상인지….
△향후 어떤 연구 및 번역 계획이 있으신가요.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
1988년부터 번역 … “칸트는 자기 사상대로 살다간 巨人” | ||||||
[인터뷰] 칸트 3大 비판서 완역한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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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단력 비판 번역 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오랜 만에 언론에서 칸트의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칸트가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한국의 서양철학 연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언급해주시죠.
“칸트 철학의 궁극적인 물음은 “인간은 무엇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칸트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인간이 추구하는 眞·善·美·聖이라는 궁극적 가치의 의미를 밝혀냄으로써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칸트는 우선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라는 세 물음을 제기하는데, 『순수이성비판』은 첫째 물음, 곧 진리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며 그 결실이 칸트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이라 하겠고,『실천이성비판』은 둘째 물음, 곧 善의 문제를 주제적으로 다루는바 그 결실이 그의 윤리학이고,『판단력비판』의 후반부는 다른 종교철학 저술과 함께 셋째 물음, 곧 최고선 및 聖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 결실이 희망의 철학인 칸트의 이성종교론입니다. 이에 덧붙여 『판단력비판』의 전반부는 말하자면 ‘나는 무엇에서 흡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고, 그 결실이 그의 미학이론이라 할 것입니다.”
“저는 인문학의 경우는 80% 이상 인류 공동 자산의 전승이 그 과업이라고 봅니다. 플라톤이나 칸트, 주자나 율곡처럼 어쩌다 나타나는 탁월한 인사들만이 창작을 내 전승할 자산을 늘려주지요. 창작할 능력이 있는 이는 창작 업적을 내 그 본분을 다하고, 그럴 재주가 없는 이는 전승의 소임을 맡아 그간 공부하도록 지원해 준 사회에 보답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도 더러 논문도 쓰고 저술도 냅니다만, 논문이든 저술이든 역서이든 인문학은 인간사회에 향취와 품격을 더하는 것이 그 의의인 만큼 그에 기여한 정도에서 평가하고 평가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인문학의 경우는 그렇기에 고전의 역서가 [평범한] 저술에 비해 그 가치가 덜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칸트의 원저에 비할 때 그 역서는 미천한 것입니다만.) 저서이든 역서이든 출판되면 일정 부수가 팔릴 때 출판사가 계속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 텐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학술서 판매는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당 기간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책값이 그 저작의 공력에 비례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께에 따라 ?종이 값 산정 방식으로? 정해지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책은 출판되면서 이미 폐지로 활용할 때의 값이 매겨지는 셈입니다. 그림도 크기로 값을 매겨 사고파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철학 출판 시장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칸트는 물론이고, 여러 그리스 고전, 근대철학의 고전 등등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 많지만, 최근 철학자들의 책들만 집중적으로 번역 출간되는 현상이 그렇거든요. 학문적 깊이 보단 입맛을 추구하는 대중과 출판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러한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고자 하는 일부 학자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나름대로 긍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현상인지….
△향후 어떤 연구 및 번역 계획이 있으신가요.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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