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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구획설정

이윤진이카루스 2025. 12. 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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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구획설정

 

이 시기 초 나는 과학이론과 (아인슈타인의 과학이론과 같은) 사이비-과학 이론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들러의 이론과 같은) 사이의 구획설정에 관한 나의 관념을 추가로 개발했다. 이론이나 서술을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은, 몇몇 가능한 사건의 발생을 제외하거나 배제하는 ㅡ 이 사건들의 발생을 막거나 금지하는 ㅡ 것임이 나에게 분명해졌다. 그리하여 이론이 많이 금지할수록 그 이론은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준다.

이 관념이, 이론의 정보성 내용이라는 관념과 밀접하게 관련되고 후자(後者) 관념을 매우 간략하게 포함할지라도, 나는 당시 이 정도를 넘어 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독단적 사유 및 비판적 사유에 대한 독단적 사유의 관계라는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나의 흥미를 끈 것은, 독단적 사유를 내가 과학 이전의 사유로 간주했는데 비판적 사유가 가능하려면 필요한 한 단계라는 관념이었다. 비판적 사유에 자체에 앞서서 비판할 것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틀림없이 독단적 사유의 결과이다.

여기서 나는 구획설정이라는 문제와 나의 해결책에 관하여 몇 마디 말을 덧붙이겠다.

(1) 나에게 먼저 떠오른 것과 같이, 구획설정이라는 문제는 형이상학으로부터 과학을 구획설정으로 구분하는 것이라기보다 사이비-과학으로부터 과학을 구획설정으로 구분하는 문제였다. 당시 나는 형이상학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나의 구획설정의 기준을 형이상학까지 확대한 것은 나중의 일일 뿐이다.

(2) 1919년 나의 주요 관념은 이것이었다. 누군가가 과학이론을 제시한다면 그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던 바와 같이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나는 나의 이론이 옹호될 수 없다고 인정할 터인가?” 다시 말해서, 상상 가능한 어떤 사실을 나는 나의 이론에 대한 반증이나 오류판정으로 수용할 터인가?

(3) 마르크스주의자와 (그들의 핵심적 주장은 자기들이 사회학 과학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학파의 심리분석가가 상상가능한 여하한 사건을 자기들의 이론에 대한 검증으로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것으로 인하여, 내가 주장하는 구획설정의 기준과 함께, 시도되었지만 반증으로서 성공하지 못한 반증만 검증으로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나는 다다랐다.

(4) 나는 여전히 (2)를 지지한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 나는 어떤 이론에 대한 오류판정 가능성이라는 (혹은 시험가능성이나 반증가능성) 관념을 잠정적으로 도입했다. 비판에 대항하여 모든 이론은 면역처리 될(immunized)” (이 탁월한 용어는 한스 알베르트[Hans Albert]에게서 유래한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곧장 발견했다. 우리가 그런 면역처리를 허용한다면, 모든 이론은 오류로 판정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적어도 몇 가지 면역처리를 배제해야 한다.

다른 한편 우리가 면역처리 모두를, 심지어 임시방편적 보조적 가설을 도입한 면역처리 모두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또한 깨달았다. 예를 들어 관찰된 천왕성의 움직임은 아마도 뉴튼 이론에 대한 오류판정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대신 외부 행성에 대한 보조적 가설이 임시방편적으로 도입되어 그 이론을 면역처리 했다. 이것은 다행으로 판명되었다; 이유인즉 그 보조적 가설은, 시험하기가 어려울지라도, 시험될 수 있어서 그 가설은 시험을 성공적으로 견디어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독단은 심지어 과학에서도 열매를 맺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말해서 오류판정 가능성이나 시험가능성은 매우 예리한 기준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밝혀진다. 그 후 나의 저서 탐구의 논리(Logik der Forschung)에서 나는 이 문제를 매우 충실하게 다루었다. 나는 시험가능성의 등급들(degrees of testability)을 도입했고 이것들은 내용(내용의 등급들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풍요로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내용의 증가는, 우리가 어떤 보조가설을 잠정적으로 채택해야 하는지 채택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되었다.

ㅡ 칼 포퍼, ‘끝없는 탐구(Unended Quest)’, 1993, 41-2쪽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