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지 않는 것은 유행, 물리학 흉내 내기
그리고 전문가의 권위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 중에서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유행: 나는 과학에서든 철학에서든 유행, 동향, 경향 혹은 학파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상 인류의 역사가, 유행하는 철학적이고 종교적 질병들이 창궐한 역사로서 잘 기술될 수 있을 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유행은 단지 한 가지 진지한 기능을 지닐 수 있을 따름이다 ㅡ 비판을 자아내는 기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이라는 공동 재산의 합리주의적 전통을, 그리고 이 전통을 보존하려는 시급한 요구를 나는 정말로 신뢰한다.
(2) 물리학 흉내 내기: 물리과학의 소위 ‘방법들’을 ㅡ 측정과 ‘관찰로부터 귀납’ ㅡ 실행함으로써 물리과학을 흉내 내려는, 물리과학 외부 분야에서 실행되는 시도를 나는 혐오한다. 과목에 수학이 있는 만큼 과목에 많은 과학이 있다거나 과목에 측정이나 ‘정확’이 있는 만큼 과목에 과학이 있다는 교설은 완벽한 오해에 근거한다. 반대로 다음 경구가 모든 과학에 성립한다: 손안에 있는 문제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확성을 겨냥하지 말라.
그리하여 나는 정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단순성과 명료성이 본질적으로 가치라고 믿지만, 정확성이나 정밀성이 본질적으로 가치라고 믿지 않는다. 명료성과 정확성은 다르고 왕왕 심지어 양립될 수 없는 목표이다. 나는 흔히 ‘정확한 용어사용법’으로 지칭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정의(定義: definitions)를 신뢰하지 않으며 정의에 의하여 정확성이 증가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정확성과 관련된 가식적인 용어사용법과 사이비-정확성을 특히 혐오한다. 언급될 수 있는 것은 항상 점점 더 간단하고 명료하게 언급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3) 전문가의 권위: 나는 전문성과 전문가를 믿지 않는다. 전문가를 너무 존경함으로써 우리는 배움이라는 공동 재산, 합리주의적 전통 그리고 과학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ㅡ 칼 포퍼, ‘실재론과 과학의 목적(Realism and the Aim of Science)’, 2000년, 7-8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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