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이 모자라 늘 길게 느껴지던 겨울 중간에는
등푸른 생선 양미리가 부둣가에 쏟아졌는데
그나마 입에 들어갈 소중한 먹이였으니.
리어카에 실려 덕장으로 운반되는 양미리는
철철 넘쳐 덜컹거리면 몇 마리씩 쏟아졌는데
아이들이 쇠꼬챙이로 찍어 슬쩍했다.
집에 가져가 먹는지 팔아서 학용품을 사는지
지금도 알지 못하는 일이지만
또래들은 그렇게 살기도 했다.
삶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대는 행복에 겨워 살아서 알지 못하는가,
삶이 얼마나 처절할 수 있는지
못내 외면하고 살아서 쳐다보지 못하는가.
군대에서 갓 제대한 담임교사가 배운 기합을
유감없이 꼬마들에게 써먹던 시멘트 바닥,
잔혹한 학교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우리는
바닷고기를 갈무리하면 어느덧 여름이 가서
여름 바다가 그리울 지경에 속이 썩었는데
툭하면 모래밭에서 없어지는 싸구려 고무신!
신발 잃고 왔다고 집에서 얻어맞고
얼음지치다 옷을 더럽혔다고 쫓겨나고
그렇게 유년시절은 지나가서 어느 날
갑자기 절름발이 어른이 되어버렸지,
유년기를 잃어버린 어설픈 어른.
정의, 진리라고?
삶이 정의고 생명이 진리이기에
네 생명이 나의 것이기도 하지.
만화가게에서 책을 고르는 척하며
옷 밑에 만화를 훔쳐 나오던 친구는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고
학원이라는 유일한 학생잡지와
낡은 만화책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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