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18)
쌀이 모자라 길고 긴 겨울 중간
싱싱한 양미리
부둣가에 쏟아졌는데
입에 들어갈 소중한 먹이.
손수레에 실려 덕장으로 운반되는 양미리
덜컹거리면 철철 넘쳐 몇 마리씩 쏟아지고
아이들 쇠꼬챙이로 찍어 슬쩍했다.
집에 가져가 먹는지
팔아 학용품 사는지
지금도 알지 못하는 일
또래들 그렇게 살기도.
삶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행복에 겨워 알지 못해?
얼마나 처절할 수 있는지
외면하고 살아서 모른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담임교사
배운 기합 유감없이 써먹어
국기 게양대 시멘트 바닥에
꼬마들 주먹 쥐고 엎드렸다.
잔혹한 학교
자유롭고 싶었던 아이들
바닷고기 갈무리하며
어느덧 여름 지나가고
해수욕 유일한 낙인데
모래밭에서 없어지는 고무신!
신발 잃고 왔다고 얻어맞고
얼음 지치다 옷 더럽혀 쫓겨나
절름발이 청소년 되어버려
유년기 잃은 어설픈 어른.
정의와 진리?
삶 정의고 생명 진리여서
너의 것이 나의 것이기도.
만화가게에서 책 고르는 척하며
옷 밑에 만화 훔쳐 나오던 친구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고
학원이라는 유일한 학생잡지와
너덜너덜 낡은 만화책
몇 번이나 돌려보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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