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아야 했던 시린 어린 시절에는
겨울 들판을 지나도 목적지가 없었지.
실존주의조차 살아있다는 느낌 때문에
사치스러웠던 계절을 지나왔지.
긴 터널을 지나면 눈의 나라였다고?
그런 나라에서 벌어지는 권태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앙상한 세월에 남겨진 존재는 희미했지.
싸늘한 시선들이 머무는 저 들판에는
밤에 종종걸음을 치는 생명체가 있어
우주의 정적을 슬며시 헤치고 있겠지.
아,
그대가 살아온 흔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겨울 들판을 건너 또 어디로 갈 텐가?
무작정이라고 말하면 역시 무지한 걸음이겠지.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이라고 고백할까?
들판은 겨울 속에서 꿈을 꾸는데
꿈의 색깔은 무지개가 아니라네.
순종하고 숨어버린 계절의 자락에서
어설픈 미소를 흘리는 자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