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겨울 들판을 지나며

이윤진이카루스 2012. 12. 11. 20:48

홀로 살아야 했던 시린 어린 시절에는

겨울 들판을 지나도 목적지가 없었지.

실존주의조차 살아있다는 느낌 때문에

사치스러웠던 계절을 지나왔지.

 

긴 터널을 지나면 눈의 나라였다고?

그런 나라에서 벌어지는 권태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앙상한 세월에 남겨진 존재는 희미했지.

 

싸늘한 시선들이 머무는 저 들판에는

밤에 종종걸음을 치는 생명체가 있어

우주의 정적을 슬며시 헤치고 있겠지.

아,

그대가 살아온 흔적은 어디에서 시작되어

겨울 들판을 건너 또 어디로 갈 텐가?

무작정이라고 말하면 역시 무지한 걸음이겠지.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이라고 고백할까?

 

들판은 겨울 속에서 꿈을 꾸는데

꿈의 색깔은 무지개가 아니라네.

순종하고 숨어버린 계절의 자락에서

어설픈 미소를 흘리는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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