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오월의 아카시아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0:52

봄이 오기 전

호흡부전으로

세상을 뜬 아비의 몸을 불태우고

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

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

매일 출퇴근길에서

얼마나 피해 다녔던가!

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

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

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곳을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듯이 

피붙이에게도 그렇게 다가왔다.

불에 태워지기를 원했다지만

어쩔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던지,

그냥 가보자고 끄떡이지 않았던지.


한 바탕 가루가 되어 산속에 버려졌으니

찾아가도 만날 수 없고 만져도 닿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면 삼베옷을 입었다고

진달래가 피면 붉은 눈물이 흐른다고

그쪽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고였다.


오월 녹음이 무섭던 날

아카시아가 산을 타고 오르면서

늙어가던 이의 반백머리처럼

명암이 섞어들었다.

노인의 향기는

산에서 스러져 하늘로 가는가,

땅에서 흩어져 공중으로 오르는가?


주검을 만지며 미안하다고,

뒤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희미하다면

목숨을 이어간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게 고작이었다.


세상에서 사라진 분에게

꽃향기를 전할 방법은 없다.

저 세상에도 아카시아가 핀다면

왜 떠나야 했겠는가?

아우성치듯 벽제의 산을 오르는 하얀 꽃이

눈앞에 굴절되어 눈물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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