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주검으로 돌아온 분에게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1:03

얼음은 녹아서 물이 되고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기에,

밤이 지나서 낮이 오기에

죽음과 삶은 하나라고

헤라클리투스는 주장했다.

 

친구로 권좌에 올라 멀어졌던 분이

오늘 아침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과 삶이 자연이라며 남긴 유서를

이해하려면

혁명을 할 수는 없었다고,

그럴 시절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리라.

 

다모클레스(Damocles)는 위에 칼이 매달려

늘 권력자를 위협한다고 신화로 경고하고,

장자(莊子)는 경상(卿相)의 지위를

교제(郊祭)의 제삿소(犧牛)에 비교하지 않았던가.

 

끊임없이 침략당하여 부녀자들이 겁탈당하고

백성의 목이 잘리던 포악하고 어리석은 역사에서,

당신은 죽음으로 책임을 진 권력자로 남는다.

 

죽음과 삶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기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고귀하다고 주장하면서

당신의 죽음은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리라.

비겁한 인간들에게 권력자의 최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우리 곁에 돌아온 당신!

 

미국인 현각스님은 성지(聖地)를 만들지 말라고,

성인(聖人)이 난 곳도 추앙의 땅이 아니라고

불교는 가르친다며 전진과 끝없는 수행을 가리켰다.

당신 몸이 부서진 봉하마을을,

절벽 부엉이바위를 여생동안 성지로 간직하겠다,

정치를 하지 말라던 분이 떠난 마을을.

 

추기경이 추운 겨울에 세상을 뜨고

아비가 3월에 마지막 숨을 쉬더니

어제 최후라는 글을 쓰고

오늘 당신의 부음을 듣는다.

 

혼돈의 땅은 민주주의를 소리치며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격동이라고,

사람 사는 세상의 갈등이라고,

우리는 싸움을 줄이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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