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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맛집/한겨레 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4. 10. 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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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들이 먼저 반한 동네, 연희동의 매력

등록 : 2014.10.15 20:54 수정 : 2014.10.16 11:44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연희동 맛집 여행

성수동이 스타일과 개성있는 숍들의 거리라면 연희동은 백화점 식품코너처럼 오만가지 밥상이 모여 있는 맛의 방주다. 1~2년 전부터 젊은 식도락가들이 부쩍 날아들고 있다. 반듯한 골목과 고풍스러운 단독주택 구경은 서비스 안주처럼 따라오는 재미다. 본래 이 지역은 50대 이상의 거주자가 많아 그들의 입맛에 맞는 한정식집이나 규모가 큰 중식당이 많았다. ‘수빈’, ‘조은집’, ‘백암왕순대’, ‘청송함흥냉면’, ‘연희칼국수’, ‘월순철판동태찜’, ‘이화원’, ‘걸리부’ 등이 대표적 맛집이었다. 뜻밖에 수입아동용품점이 잘되는 동네이기도 하다. ‘부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아서란다. 젊은층 입맛에 맞는 케이에프시(KFC) 같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망해서 나간 거리였다. 1980년대 초부터 소공동 ‘더 플라자’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던 화교 중식요리사들이 대거 서대문구로 이전을 했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연남동이 아닌 연희동을 선택했다. 연남동의 임대료가 더 쌌지만 동네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다고 판단해 연희동이 더 실속 있을 거라고 봤다. 굴다리를 가운데 두고 연희동과 연남동은 다른 길을 갔다. 하지만 먼저 ‘뜨거운’ 여행지가 된 연남동 덕에 연희동도 달라지고 있다. 연남동 여행자들이 힐끔힐끔 연희동을 주시하기 시작한 뒤부터다. 갤러리 ‘씨에스피(CSP) 111아트스페이스’ 대표 조성운씨는 “2009년만 해도 어둑해진 저녁에 가벼운 맥주 한잔 할 곳이 없어서 식사를 한 뒤에는 홍대 먹자골목으로 가곤 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들어 눈뜨고 나면 달라져 있는 동네 풍경이 놀랍다. 주민들은 주말의 번잡함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20~30대 젊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새로 들어선 레스토랑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선보이는 ‘몽고네’, 피자집 ‘작은 나폴리’, ‘ㅋㅋ파스타’, 일본식 선술집 ‘광’, ‘유쾌한 스시’, 모던 한식당 ‘민스키친’, 어묵바나 홍차 전문점, 대만식 과자점 등이 들어섰다.

 

냉면, 순대, 칼국수 등
전통있는 맛집 많았던 동네
세련된 식당들 앞다퉈 몰려와

 

강남구 신사동의 세로수길 같은 거리도 생겼다. 연희사러가쇼핑센터의 뒷길로 몽고네에서 시작해 궁뜰어린이공원까지 이어지는 대략 500m의 연희로 11가 길이다. ‘봉쥬르밥상’, ‘조이 옐로 비스트로’, 잡화상점 ‘삼각관계’, ‘ㅋㅋ파스타’, ‘작은 나폴리’, 꽃집 ‘벤자민&데이지’ 등 소개를 다 못할 지경이다. 가로수길의 현상과 유사하다.

 

연희동 골목
연희동은 유명 셰프들의 둥지이기도 하다. 중식계의 신사로 알려진 이연복 셰프는 지난해 자신의 식당 ‘목란’을 신문로에서 연희동으로 옮겼다. 그는 연희동 토박이다. ‘메이스테이블’의 메이선생도 25년째 연희동에 살면서 4년째 요리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재능기부하는 ‘착한 요리사’란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조리학교나 소규모의 지역단체, 하자센터 등에서 강좌를 요청하면 서슴없이 달려간다. 메이선생은 지난 11일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의 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 요리 전공자가 아닌데도 요리선생이 될 수 있느냐, 주부로 재취업하고 싶은데 요리 쪽에는 길이 있느냐 등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이 거의 매일 200통의 메일을 보내온다.” 쌓이는 사연들에 그도 고민이 깊었다. 고심 끝에 그는 매달 이들을 15명씩 초청해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지난 11일이 첫번째 모임이었다. 이들만 연희동 셰프가 아니다. <셰프의 딸> 등을 펴낸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씨도 연희동에 보금자리가 있다. 이들이 좋아서 연희동을 주저 없이 선택한 이도 있다. ‘작은 나폴리’의 류창현씨는 사진가지만 성북구에 위치한 ‘놈 파스타’, ‘맨인나폴리’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계 사람이다. 그는 이연복 셰프와 사진으로 인연을 맺고 그를 따라 연희동에 들어왔다. 하지만 점점 더 연희동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건물이 높지 않아 시각적으로 시원하다. 집마다 정원이 있고 뒷산과 공원까지 가까워서 공기가 좋다. 서울 한가운데인데도 비 오는 날에는 풀냄새가 난다.” 다른 도시여행지보다 흥청망청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 매력적이라고 덧붙인다. 이들과 업이 달라서일까! 갤러리 ‘씨에스피 111아트스페이스’의 조성운씨는 곧 연희동을 떠날 예정이다. “어디로 갈지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주변의 작가나 미대 교수님들이 성수동 추천을 많이 한다. 성수동이 한국의 첼시(뉴욕의 예술가거리)가 될 거라고 전망하는 분들도 꽤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연희동 맛집 다섯 곳

 

목란
목란

 

명성 자자한 중식당. 이연복 셰프는 최연소 주한 대만대사관 총주방장을 거친 실력자. 미식가들의 단골집으로 유명. 동파육, 분정등갈비찜, 춘빙경장육사 등. 가족이나 직장 단체모임 하기에도 좋다. 송월길 47-8, (02)732-0054, 단품 6000~7만5000원, 코스 2만~4만5000원
 

 

몽고네
몽고네

 

이태원, 강남 등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산티노 소르티노스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닦은 요리사 루피(예명)와 매니저가 뭉쳤다. 어란파스타가 별미. 8월 민어철에는 민어알로 만든 어란과 해삼 내장을, 다른 달에는 참숭어알과 성게알을 섞어 면에 올린다. 연희로 11가길 53, 070-8623-0680, 7000~2만5000원

 

미란
미란수제고로케&대만식수제제과(미란)

 

늦은 저녁에도 줄을 20분 넘게 서야 하는 곳. 대만에서 대만과자 펑리쑤 등을 배워 온 류명석씨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곳. 펑리쑤 같은 대만과자와 불고기, 토란 등이 들어간 크로켓을 판다. 연희맛로 26, (02)336-5898, 1200~2000원.

 

작은 나폴리

 

올해 4월 사진가인 류창현씨가 문 연 화덕피자집. 나무 벽과 아늑한 실내가 가족모임이나 데이트하기 좋다. 증가로 13-9, (02)306-8859, 8000~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