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울지 말라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1:11

 

울지 말라 슬프더라도,

눈물이 흐르더라도

소리를 내지 말라.


검은 장막 뒤로 가는 길은

누가 막고 누가 피하던가?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태어난 자는 사라지고

아름답던 기억만 남는 까닭은

짧은 세월에서 녹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갔다, 저 장막너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라도 하듯.

남은 자들의 회한도 언젠가는 마모되어

당신의 비석에 이끼로 남으리라,

슬픔도 기쁨도 각인된 돌비석에.


흐느낌도 통곡도

목구멍 저 깊은 곳에 간직하라,

터지지 않도록 봉해두라,

화산처럼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땅을 흔들 날이 올 때까지!

'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두리 모래언덕  (0) 2010.08.01
모든 것을 주고  (0) 2010.08.01
명품족인가?  (0) 2010.08.01
주검으로 돌아온 분에게  (0) 2010.08.01
최후  (0) 201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