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몸을 던져 세상을 뜬 후 국화 한 송이도 놓지 않았고 엎드려 절도 하지 않았소. 움직이지 않는 자에게 보화와 향기가 무슨 소용이며 되돌아온 명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고인(故人)을 추하게 하는 일보다 타매하던 내 몸을 뒤돌아보면서 원칙이라는 핑계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유토피아로 가는 징검다리도 외면했던 외고집이 후회스러웠소.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기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면 되는 것을 당신은 주검으로 증명했는데 백성은 이제 탄식을 뱉을 따름이다.
어느 세상으로 떠난다는 말인가, 아무도 가보고 돌아오지 못한 세상인데? 살과 피는 타버려 가루로 남았지만 기억은 선명하게 이어질 것인데 이것 또한 살아남은 자의 욕심이겠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진혼곡을 부르고 헌사를 읊으며 절하고 꽃을 바칠 뿐, 이름을 도둑질하고 최후를 강탈하여 당신의 침묵도 차지한다.
우리를 용서하라, 권력은 근엄하다고 믿었다가 고삐와 사슬이 드러나자 통곡하며 슬퍼하는 자들에게 마지막 명예조차 던져주라. 무(無)의 공간에서 향기도 재물도 외면하는 분이여, 만세를 눈물로 참회하며 당신이 남긴 유산을 뜯어먹을 불쌍한 인간들을 위하여!
故 노무현 대통령 노제 중 서쪽하늘에 `무지개 떠`
이수용기자 lsy@
추신: 노무현이 세상을 뜬 며칠 후 성당에서 촛불을 밝히고자 했으나 초를 넣어둔 함의 유리문 미닫이가 열리지 않았다. 여러 번 열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아, 강제로 문을 열고 촛불을 밝혀 성모상 앞 유리로 된 작은 방에 두었다. 3월에 세상을 뜬 아버지에게도 촛불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