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이천원짜리 청바지를 사서 입다가
바랜 색깔이 마음에 들어
만구천원짜리 두 번째 청바지를 샀다.
평생 옷을 살 줄 몰라서
아내가 사서 입히는 옷이 다수였는데
한국전쟁 중에 태어나서
기억 속에는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편집광처럼 도사리고 있다.
3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자책감 때문인지 피부병까지 생겼는데
화사한 계절이 시작되자 세상의 색깔이 싫었다.
아내의 안경을 새로 하러 안경점에 들렀다가
눈에 띤 검은 색안경을 집어 드니
30 만원짜리 페르가모 명품이란다.
도수까지 넣어서 6만원을 더 주고 써보니
햇빛 속에서는 갈색,
그늘 속에서는 짙은 초록색이 된다.
소장품이 있다면 책과 그것뿐일 텐데
명품족이라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