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일본 지한파 안에 위험한 국가주의” |
“사카모토 요시카즈 교수 같은 일본의 리버럴리스트들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다. 그들의 내면에 뿌리깊은 주류 국가주의를 발견하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진보파’ 또는 ‘지한파’로 불려온 리버럴리스트들의 내면에 위험한 국가주의가 있으며, 그들의 이런 관념을 극우파들이나 보수 정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는 지난 28일 한국이민학회와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가 서울 연세대 광복관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연 ‘경계를 넘는 저항: 민족주의, 초국가적 연대, 국제이주의 정치적 동학’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회의는 반제국주의 운동의 초국가적 면모와 우리의 이민사를 검토하고, 반제국주의 국제 연대의 역사를 검토하자는 뜻에서 기획한 것이다.
이날 서 교수는 일본의 배외주의, 재일한인과 한일관계에 대한 대담자로 ‘잃어버린 25년-일본에서의 배외주의 대두 과정에 관한 사적 회고’를 발표했다. 1945년 이후 일본이 갱생하지 못하고 식민주의의 연장으로서 보수화한 과정을 분석한 것이다.
서 교수는 사카모토 요시카즈·와다 하루키·우에노 치즈코 교수 같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주류 국민주의’의 관념으로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얼마전 사망한 사카모토 교수의 경우, 한일간 시민연대를 강조하고, 평화헌법 수호 운동을 벌인 진보적 지식인이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 “실언”이라 비판했다고 서 교수는 밝혔다. 그는 “(<세카이> 2012년 11월호에서) 사카모토 교수는 일반 정치인이나 국민 이상으로 전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카모토) 본인도 경애해 마지 않는 현 ‘천황’에 대해 구체적인 사죄행위를 요구한 것은 무지한 일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리버럴파’들의 이런 언설은 보수화, 극우파의 혐오발화, 반동적 움직임에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서 교수는 풀이했다. 더욱이 일본이 쇼와 일왕 사후 25년 동안 자기중심주의를 강화하고 민주주의적 요소를 잃어버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쇼와 일왕이 세상을 떠나자 <아사히> <마이니치> 같은 진보 미디어들이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쓸 법한 ‘붕어’라는 표현을 쓴 점에 대해서도 “전후의 한 시기, 일본사회에서 상당히 널리 공유되고 있었던 평등의식·인권의식이 보란 듯이 폐기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서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민간기금을 주도한 와다 하루키 교수, <내셔널리즘과 젠더>를 쓴 우에노 치즈코,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화해를 위하여>가 일본에서 수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담은 책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한국이민학회 회장을 지낸 한경구 서울대 교수는 기조강연 ‘경계를 넘는 저항’을 통해 한국 민족운동의 경험을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운동으로 재조명해야 한다며 우당 이회영의 무정부주의 사상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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