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비가 온 뒤 산행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1:42

거칠게 내리던 비가 그친 후

산속의 좁은 길에 물이 넘쳐나고

숲은 증기를 뿜어내어 안개가 서린다.

 

움직임보다 서있기를 선택한 식물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모아두고

홍수가 덮치면 뿌리와 몸으로 뿜어내며

세상에 몸을 맡긴 채 주시만 하고 있다.

 

흙탕물이 넘치는 개천을 떠나 산을 택한 까닭은

서있는 생명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자함인데

인적이 사라진 숲길에

장끼와 까투리 한 쌍이 지나가고

버섯이 오롯이 몸을 세운다.

오르내리는 산길에서 튀는 물방울이

요동치며 녹음과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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