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내리던 비가 그친 후
산속의 좁은 길에 물이 넘쳐나고
숲은 증기를 뿜어내어 안개가 서린다.
움직임보다 서있기를 선택한 식물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모아두고
홍수가 덮치면 뿌리와 몸으로 뿜어내며
세상에 몸을 맡긴 채 주시만 하고 있다.
흙탕물이 넘치는 개천을 떠나 산을 택한 까닭은
서있는 생명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자함인데
인적이 사라진 숲길에
장끼와 까투리 한 쌍이 지나가고
버섯이 오롯이 몸을 세운다.
오르내리는 산길에서 튀는 물방울이
요동치며 녹음과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