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고향에 존재하는 운명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2. 08:46

고향에는 운명처럼

탄생과 귀향이 존재한다.

이제는 병신이 되는 몸을 가누며

떠나간 친구가 가끔은 부럽다.

 

탄생이 운명이듯

귀향 또한 어쩔 수 없는 까닭은

지독한 고독 때문일진대

산야와 바다에서 사라진 어린 꿈은

차가운 현실로 존재한다.

 

자네는 아직도 꿈꾸는가,

닳아빠진 육체를 세월 속에 던지고

이제 분열을 멈춘 세포가 우리인데

남길 것이 무엇일까?

 

전쟁이 지나간 거리에

계절이 바뀌었지만

자네와 나는 살아남았지,

목숨을 부지하며 떠돌았지.

 

어느새

스산한 삶에도 꽃봉오리가 매달리고

생활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이 시대에 각인된 생존방식은

처절하지 않았던지.

 

고향이 운명이라면

자네와 나도 운명이려니,

그렇게 한 세상을 보낸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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