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전문가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피해자가 받아들여야 사죄 끝나 아베 총리와 측근들의 견해가
중 ‘반일 민족주의’ 자극한다는 점
미국이 충분히 이해해야 우선, 더든 교수는 아베 담화가 “전반적으로 많은 얘기를 했지만, 동시에 어느 것도 충분하지 않다”며 “각 문장들을 충분히 검토해본다면, 틀림없이 비판적인 문제제기나 (다른 국가와의) 불편한 관계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 중 하나로 “아베 총리와 측근들이 한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특히 더든 교수는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사죄만을 거론한 점을 비판했다. 그는 “역대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죄’를 했어도, 15일 오전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보듯이, 아베의 세계관과 그것을 지지하는 일본 지도층의 행동들이 (이웃국가에) 충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베 정부 자체의 사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아베 담화는) 더 나아가 일본은 사죄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사죄를 끝내자고 하는 것은, 피해자들이 사죄를 충분히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지도자들이 ‘나치가 한 일에 대해 우리는 더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선언을 했다고 생각해봐라. 이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담화가 러일전쟁을 두고 ‘식민지 지배 아래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역겹고 초현실적”(disgusting and surreal)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러일전쟁의 결과로 한국이 어떻게 (식민지화)됐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러-일 전쟁의 전리품으로 한반도 식민지화를 일본에 승인해줬기 때문”에 “미국 내 아베 지지자들도 한국에 대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식민지 지배가 러일전쟁의 결과로 초래됐다는 사실을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묻어두고’ 협력해야 한다는 미국 내 주류적 견해에 대해선 “웃기는 얘기”라며 “미국은 아베 총리와 측근들의 견해가 동북아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중국의 위험한 반일 민족주의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동북아 역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