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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레토스 효과/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9. 12. 14:42

국제국제일반

‘마리엘리토스 효과’ 상기할 수 없나

등록 :2015-09-11 20:08수정 :2015-09-12 09:45

 

지난 10일 터키에서 소형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레스보스섬에 도착하는 시리아 난민들. 난민 유입은 유럽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레스보스/AP 연합뉴스
지난 10일 터키에서 소형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레스보스섬에 도착하는 시리아 난민들. 난민 유입은 유럽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레스보스/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1980년 4월20일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정부는 항구 마리엘을 개방해, 미국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가라고 허용했다. 그해 10월까지 쿠바인 12만5천명이 조각배 등을 타고 미국 플로리다 해변 등에 도착했다. 카스트로 정권을 교란하려고 쿠바인들에게 미국으로의 탈출을 부추겼던 미국이 되치기를 당한 것이었다. 카스트로 정권은 교도소 수감 범죄자, 정신질환자도 그 대열에 합류시켰다. 12만5천명 중 6만여명이 마이애미에 정착해서, 마이애미 노동시장은 단기간에 미숙련 노동력이 7%나 증가했다. 미국 사회는 경악하고 황당했다. 이들이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마리엘리토스’라 불린 이들은 같은 이름의 쿠바 갱단이 조직되는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없었던 바 아니지만, 그 경제 효과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 데이비드 카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990년 ‘마이애미 노동시장에 대한 마리엘 긴급 해상수송의 영향’이라는 이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에서 이를 입증했다.

기존 노동자의 실업률 등 경제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이애미의 실업률과 임금 등은 미국 전역의 추세와 비슷해졌다. 1979~1985년 사이에 마이애미의 쿠바계 노동력 전체가 이 기간 동안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이는 미숙련 노동력인 마리엘리토스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나타난 물타기 현상이었다. 1980년 이전에 마이애미에 정착한 쿠바계 노동력에는 임금이나 실업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없었다.

연구는 “마리엘 이주자들의 유입이 미숙련 비쿠바계 노동자들의 임금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흑인이나 다른 비쿠바계 노동자들의 실업을 증가시킨 증거도 없다”고 분석했다. 카드 교수는 “오히려 데이터 분석 결과 마리엘 이주자들이 마이애미 노동시장에 현저히 빠르게 흡수됐다”며 “쿠바계 주민 사이에서조차도, 기존 이주자들의 임금이나 실업률은 마리엘리토스들의 도래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마이애미의 경제는 오히려 1985년이 지나면서 다른 도시들보다 빠르고 건실한 성장을 했다. 이민 노동력이 들어오면 자본은 이들의 이점인 상대적 저임금을 활용하는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커진 경제는 결국 추가 노동력을 필요로 해 임금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본 재조정’ 효과다.

독일에만 올해 80만명의 망명 신청자가 예상되는 등 유럽에 몰려드는 난민 등 이주자로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렇지만 금융위기에도 번영을 구가하는 독일은 올해 7월 빈 일자리가 58만9천개로 늘었다. 싱크탱크 프로그노스에 따르면, 이 추세면 2020년 숙련 노동력이 180만명 부족하고, 2040년에는 그 규모가 39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독일의 노동연령 인구 4600만명은 이 추세라면 30년 내로 2900만명으로 줄어든다. 65살 이상 부양 인구는 현재 32%에서 59%로 늘어난다.

2002~2013년 사이에 독일 중부 소도시 고슬라어에서는 인구의 10%인 4천명이 감소했다. 보수 기사당 소속의 올리버 융크 시장은 지난 11월 “이민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다”라고 말해, 갑자기 유명해졌다. 난민은 고슬라어의 인구 감소를 막고 평균 연령을 젊게 하고,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만들 것이라고 그는 호소했다. 고슬라어는 매해 적어도 200명의 이민자를 받아야만 인구의 추가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독일 등 유럽에 난민 등 이주자는 이제 원치 않는다고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7일 “나는 수년 동안 해마다 50만명 수준의 난민을 독일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마도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에 난민 등 이주자 수용의 전범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