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형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운영지원실장이 1월2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 전 실장은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 인터뷰
권태형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중진공을 감독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중진공에 취업 청탁을 가장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진공 신규 채용에서 최종 합격자의 10~15%는 청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권 전 실장은 중진공에서 신규 채용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권 전 실장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평가·예산 쥔 기재부 청탁 많아
이사장·임원 통하면 무시못해
다른 기관 인사담당 만났더니
청탁합격 20%는 넘을거라고… -채용 청탁은 주로 누가 하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이 제일 많다. 중진공 이사장 출신이 어디냐에 따라 청탁자가 달라지기도 한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라서 기재부 쪽 청탁이 많았다. 기재부의 경우 공공기관 평가와 예산 업무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어떤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탁은 모두 이뤄지나? “청탁자가 누구인지, 누구를 통해 청탁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상대 직급이 낮으면 중요한 변수가 안 된다. 국회의원, 기재부 국·실장 중 예산이나 평가 담당, 장차관, 전임 이사장 정도 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탁이 중진공 이사장이나 임원급을 통해 내려오는 경우도 무시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에서 채용 청탁이 흔한 일인가? “최근에 다른 공공기관의 인사담당 직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중진공은 왜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해서 적발되고 그러냐’고 하더라. 내가 ‘최종 합격자 중에 10~15%는 청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자 무슨 소리 하느냐며 ‘20%는 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점수조작 합격은 극히 예외적
“정우택, 선배라 거절 어렵다”
박철규 이사장 직접 최종면접 -그동안 채용 청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이유는? “중진공은 증거가 많이 남은 경우였다. 서류 전형이나 면접 단계마다 입사지원자 이름 옆에 청탁자 이름을 함께 표시해뒀다. 감사원이 인사담당자 컴퓨터를 복구하면서 이 자료가 나왔다. 그 뒤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자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흔적이 많이 남은 중진공 수사 결과가 이 정돈데, 자료 관리를 잘한 다른 공공기관의 채용 청탁이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청탁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얘기하나? “보통의 경우 ‘무조건 합격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 달라’, ‘잘 봐달라’, ‘괜찮은 사람이니 눈여겨봐달라’고 한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하는 경우도 많다. 가벼운 말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합격 여부만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해서 정권 실세나 국회의원에게 ‘불합격했습니다’라는 말을 전할 수 있겠나? 그 사람들이 불합격 소식을 빨리 알고 싶어서 전화하거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청탁은 인사담당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나? “보통 이사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청탁 내용이 담긴 쪽지 등을 인사담당 실장이나 인사팀장에게 전달하고, 이 내용이 채용을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전달된다.” -직접 청탁받은 적이 있나? “(업무일지를 보며) 여기 적혀 있는데, 정당의 정책위원, 전임 이사장 등의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온 청탁은 모두 거부했다.”
‘합격여부만 알려달라’고 접근
권력자에 불합격 전할수 있나
지원자 옆에 청탁자 이름 표시
증거 있는데도 수사서 못밝혀 -공공기관에 채용 청탁이 심한 이유는? “주인 없는 회사인데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관이 부지기수다. 최근 사기업보다 공공기관이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부각되면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청탁도 늘어나는 것 같다. 중진공은 외부에서 온 기관장이 볼 때 거쳐 가는 자리다. 다음 자리를 보는 것이다. 외부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기재부 출신 기관장이 부임한 뒤 그 정도가 심해졌다.” -정우택 의원의 경우 어떻게 청탁이 들어왔나? “2013년부터 ‘스펙초월 전형’이라고 지원자들의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채용을 하는 전형이 새로 생겼다. 사전 평가는 외부기관에서 하고 중진공은 최종 면접만 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도 들어갔던) 최종 면접이 2013년 7월31일에 있었다. (업무일지를 보면서) 그런데 7월30일 당시 박철규 이사장이 불렀다. 박 이사장은 ‘정우택 의원이라고 선배의 부탁인데 이건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해당 지원자는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황이었고, 경쟁률은 3:1이었다.” -박철규 전 이사장도 최종 면접에 참여했나? “참여했다. 최종 면접에 참여했던 임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면접위원 중 누군가 괜찮다고 하고 다른 위원이 동의하면 어쩔 수 없이 동조하게 된다’고 했다. 이사장이 좋은 점수를 주고 외부 면접관이 크게 반발하지 않으면 대부분 합격하는 구조다.” -감사원과 검찰은 청탁이 있었다고 해도 점수 조작 등이 없었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최경환 의원의 사례처럼 전혀 자격이 안 되는 지원자를 점수 조작까지 해 합격시키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면접 과정에서 일어나는 ‘봐주기’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 경우 서류점수 조작과 같은 명확한 증거를 잡기 어렵다. 경쟁률이 3:1 정도인 최종 면접에서 청탁이 들어오면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 말대로라면 이런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감사원·검찰, 청탁자 놔둔채
실무진들에게만 책임 물어
나도 취업 앞둔 아들 있어
이대로면 공정경쟁 사회 요원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본인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나? “2012년 운영지원실장으로 발령받고 인사업무를 처음 해봤다. 당시 주로 노사관계 업무에 신경을 썼다. 인사 업무는 업무스타일 및 관행상 대부분 팀장에게 맡겼다. 당시 인사 분야를 제대로 틀어쥐고 청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내 잘못이다. 여러 경로로 청탁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 도중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수사하던 검사가 ‘당신이 채용 비리의 정점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나를 주범으로 만들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수사 방향이 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책임을 질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책임을 지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 청탁을 한 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버려두고 객관적 증거도 없이 실무 책임자만 처벌하겠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봤을 때 재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많은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피해가 계속 생길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 채용 청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나 역시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을 두고 있다.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이 익숙한 아들 세대가 공정하게 실력을 평가받고 입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 실세와) 싸움이 필요하다면 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권 전 실장, 인터뷰 고사하다 응해
“채용비리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권태형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은 “채용 비리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한겨레>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 권 전 실장은 이번 사건으로 6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권 전 실장 인터뷰는 지난 20일 4시간 동안 진행됐고, 3~4차례 전자우편과 전화 통화를 통해 보완됐다. 그는 “중진공에서 28년간 근무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조직을 위해 웬만한 것은 참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진공 이사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모든 허물을 동료에게 전가시키며 조직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컸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이번 일은 중진공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장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외풍을 막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중진공에서 또다시 채용 청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정환봉 기자
이사장·임원 통하면 무시못해
다른 기관 인사담당 만났더니
청탁합격 20%는 넘을거라고… -채용 청탁은 주로 누가 하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자위 소속 국회의원이 제일 많다. 중진공 이사장 출신이 어디냐에 따라 청탁자가 달라지기도 한다. 박철규 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라서 기재부 쪽 청탁이 많았다. 기재부의 경우 공공기관 평가와 예산 업무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어떤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탁은 모두 이뤄지나? “청탁자가 누구인지, 누구를 통해 청탁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상대 직급이 낮으면 중요한 변수가 안 된다. 국회의원, 기재부 국·실장 중 예산이나 평가 담당, 장차관, 전임 이사장 정도 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탁이 중진공 이사장이나 임원급을 통해 내려오는 경우도 무시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에서 채용 청탁이 흔한 일인가? “최근에 다른 공공기관의 인사담당 직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중진공은 왜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해서 적발되고 그러냐’고 하더라. 내가 ‘최종 합격자 중에 10~15%는 청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자 무슨 소리 하느냐며 ‘20%는 넘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권 전 실장이 2013년 공채가 진행될 무렵 작성한 업무노트 일부로 정우택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권 전 실장은 이 노트에 날짜별로 상부의 업무 지시 등을 적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최경환 의원실 인턴처럼
점수조작 합격은 극히 예외적
“정우택, 선배라 거절 어렵다”
박철규 이사장 직접 최종면접 -그동안 채용 청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이유는? “중진공은 증거가 많이 남은 경우였다. 서류 전형이나 면접 단계마다 입사지원자 이름 옆에 청탁자 이름을 함께 표시해뒀다. 감사원이 인사담당자 컴퓨터를 복구하면서 이 자료가 나왔다. 그 뒤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자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흔적이 많이 남은 중진공 수사 결과가 이 정돈데, 자료 관리를 잘한 다른 공공기관의 채용 청탁이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청탁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얘기하나? “보통의 경우 ‘무조건 합격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 달라’, ‘잘 봐달라’, ‘괜찮은 사람이니 눈여겨봐달라’고 한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하는 경우도 많다. 가벼운 말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합격 여부만 알려 달라고 했다고 해서 정권 실세나 국회의원에게 ‘불합격했습니다’라는 말을 전할 수 있겠나? 그 사람들이 불합격 소식을 빨리 알고 싶어서 전화하거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청탁은 인사담당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나? “보통 이사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청탁 내용이 담긴 쪽지 등을 인사담당 실장이나 인사팀장에게 전달하고, 이 내용이 채용을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전달된다.” -직접 청탁받은 적이 있나? “(업무일지를 보며) 여기 적혀 있는데, 정당의 정책위원, 전임 이사장 등의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온 청탁은 모두 거부했다.”
권력자에 불합격 전할수 있나
지원자 옆에 청탁자 이름 표시
증거 있는데도 수사서 못밝혀 -공공기관에 채용 청탁이 심한 이유는? “주인 없는 회사인데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관이 부지기수다. 최근 사기업보다 공공기관이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부각되면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청탁도 늘어나는 것 같다. 중진공은 외부에서 온 기관장이 볼 때 거쳐 가는 자리다. 다음 자리를 보는 것이다. 외부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기재부 출신 기관장이 부임한 뒤 그 정도가 심해졌다.” -정우택 의원의 경우 어떻게 청탁이 들어왔나? “2013년부터 ‘스펙초월 전형’이라고 지원자들의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채용을 하는 전형이 새로 생겼다. 사전 평가는 외부기관에서 하고 중진공은 최종 면접만 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도 들어갔던) 최종 면접이 2013년 7월31일에 있었다. (업무일지를 보면서) 그런데 7월30일 당시 박철규 이사장이 불렀다. 박 이사장은 ‘정우택 의원이라고 선배의 부탁인데 이건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해당 지원자는 최종 면접만 남겨둔 상황이었고, 경쟁률은 3:1이었다.” -박철규 전 이사장도 최종 면접에 참여했나? “참여했다. 최종 면접에 참여했던 임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면접위원 중 누군가 괜찮다고 하고 다른 위원이 동의하면 어쩔 수 없이 동조하게 된다’고 했다. 이사장이 좋은 점수를 주고 외부 면접관이 크게 반발하지 않으면 대부분 합격하는 구조다.” -감사원과 검찰은 청탁이 있었다고 해도 점수 조작 등이 없었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최경환 의원의 사례처럼 전혀 자격이 안 되는 지원자를 점수 조작까지 해 합격시키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면접 과정에서 일어나는 ‘봐주기’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 경우 서류점수 조작과 같은 명확한 증거를 잡기 어렵다. 경쟁률이 3:1 정도인 최종 면접에서 청탁이 들어오면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 말대로라면 이런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감사원·검찰, 청탁자 놔둔채
실무진들에게만 책임 물어
나도 취업 앞둔 아들 있어
이대로면 공정경쟁 사회 요원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본인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하나? “2012년 운영지원실장으로 발령받고 인사업무를 처음 해봤다. 당시 주로 노사관계 업무에 신경을 썼다. 인사 업무는 업무스타일 및 관행상 대부분 팀장에게 맡겼다. 당시 인사 분야를 제대로 틀어쥐고 청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내 잘못이다. 여러 경로로 청탁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 도중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수사하던 검사가 ‘당신이 채용 비리의 정점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나를 주범으로 만들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수사 방향이 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책임을 질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책임을 지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 청탁을 한 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버려두고 객관적 증거도 없이 실무 책임자만 처벌하겠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봤을 때 재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많은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피해가 계속 생길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 채용 청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나 역시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을 두고 있다.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이 익숙한 아들 세대가 공정하게 실력을 평가받고 입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 실세와) 싸움이 필요하다면 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정환봉 최현준 기자 bonge@hani.co.kr
권 전 실장, 인터뷰 고사하다 응해
“채용비리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권태형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은 “채용 비리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한겨레>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왔다. 권 전 실장은 이번 사건으로 6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권 전 실장 인터뷰는 지난 20일 4시간 동안 진행됐고, 3~4차례 전자우편과 전화 통화를 통해 보완됐다. 그는 “중진공에서 28년간 근무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조직을 위해 웬만한 것은 참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진공 이사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모든 허물을 동료에게 전가시키며 조직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컸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이번 일은 중진공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장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외풍을 막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중진공에서 또다시 채용 청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정환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