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일본 고등학교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서중석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에는 현재 일본 고교에서 쓰고 있는 역사·세계사 교과서가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배울 일본 고교 교과서 보니
내년부터 일본의 고교 1~2학년이 배우게 될 검정교과서에서 독도를 일본 행정단위로 표현하고 일제의 강제병합은 의병운동 탓으로 기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아베 정부가 검정기준을 변경해 이런 역사서술을 하게 만듦으로써 한-일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이하 아시아역사연대)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통과가 확정된 고교 교과서 42종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등 아시아역사연대에서 활동하는 교수 7명이 함께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아베 정부가 2014년 1월 개정해 이번에 처음 적용된 중·고교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맞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서술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교과서보다 독도 관련 기술이 쪽수 할당 기준으로 많게는 4배 이상 늘었는데, 특히 모든 <지도> 교과서에서 독도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하고 ‘다케시마(오키노시마초)’라는 행정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아베 3년여만에 초중고 교과서에
잘못된 영토관·역사인식 서술 완료 독도, 지방행정단위로 기정사실화
관련 기술도 최대 4배 이상 늘어 1909년 7월 이미 한일병합 결정에도
안중근의 암살을 병합 이유로 서술
한국(대한제국)의 의병운동 등을 일제의 강제병합 원인인 듯 서술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쿄서적과 다이이치(제일)학습 등 대부분 <일본사A·B>와 <세계사> 교과서들은 “고종 황제의 헤이그 밀사 사건과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살해 사건, 의병운동에 대응하여 일본의 한국 병합이 이루어졌다”는 식으로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안중근 사건(1909년 10월26일) 이전인 1909년 7월6일 이미 병합이 결정된 상태였다. 아시아역사연대는 “일본이 무력을 앞세워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응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식민지로 만들게 됐다는 논조로 서술한 것”이라며 “일제의 강제병합 과정을 일정 부분 왜곡해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일본 정부는 3·1 운동 당시 “조선총독부가 군대를 동원해 운동을 엄격히 진압해 750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짓쿄출판 <일본사A>), 간토(관동)대지진 당시 “경찰과 자경단이 6000명 이상의 조선인을 살해했다”는 기술을 “통설적 견해가 없다”는 이유로 “많은 수의 조선인이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고치게 했다. 결국 출판사는 3·1 운동 당시 희생자 수에 대한 여러 견해를 각주로 병렬해 언급하는 식으로 타협해야 했다.
아시아역사연대는 “아베 정권의 교육정책은 교과서 검정기준 변경 및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고쳐 거의 모든 교과서가 정부 공식 입장대로 기술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아시아 국가들과 관련한 근현대 역사상을 다룰 때 국제 이해와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하겠다는 1982년 ‘근린제국조항’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병우 아시아역사연대 상임공동대표(한신대 교수)는 “조만간 심포지엄을 개최해 보다 세밀한 분석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일본 사회에 교과서 개선을 요청하는 작업을 다방면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역사연대는 한·중·일 3국의 시민사회가 함께 만드는 세번째 역사 공동교재 작업을 올해 안에 시작하고, 3개국 정부에 제출할 역사 교과서 집필 권고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잘못된 영토관·역사인식 서술 완료 독도, 지방행정단위로 기정사실화
관련 기술도 최대 4배 이상 늘어 1909년 7월 이미 한일병합 결정에도
안중근의 암살을 병합 이유로 서술
일본 고교 검정 교과서 역사왜곡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