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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 수임료 통하는 ‘비리 법조계’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4. 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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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억원 수임료 통하는 ‘비리 법조계’

등록 :2016-04-28 20:06수정 :2016-04-28 22:34

 

한 기업인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이 법조계 비리 의혹 사건으로 확산하고 있다. 판검사 출신들의 ‘전관’ 명단이 등장하고 법조 브로커와의 부적절한 식사 자리, 이상한 구형·판결 등 사건 전개 과정이 낯익다. 의뢰인과 변호인은 거액 수임료 반환 문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법조 비리와 ‘유전무죄’ 돈놀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맛은 씁쓸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은 최아무개 변호사의 폭행 피해 고소에 정 대표가 수임료 조사 요청으로 맞서면서 판검사 로비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부터 수상쩍다.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1심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한 뒤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한 검찰이 2심에서는 오히려 구형량을 6개월이나 낮춰줬다. 보석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의견을 물어오자 ‘적의 처리’ 하라며 사실상 풀어줘도 좋다는 의견을 냈다. 도박재활센터에 기부하는 등 참작 사유가 있다지만 결국 법원이 보석을 기각한 것을 고려하면 검찰의 태도는 이례적이다. 이전에도 도박 혐의로 수사받은 전력까지 있는 터라 석연치 않다.

항소심 재판부의 부장판사가 정 대표 쪽 브로커로 보이는 업자와 술자리를 한 것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2주 전 약속을 잡았다는 부장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브로커는 1심 판결 이후 로비를 목적으로 접대를 시도했다고 봐야 한다. 사건이 배당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재배당을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부장판사가 브로커와 접대받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처신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후임 판사가 4개월을 감형한 것도 눈총을 받는 게 아닌가.

브로커가 의뢰인에게 ‘석방은 신경 끄시라’고 장담하고, 의뢰인이 도박 사건에 5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수임료로 선뜻 건네는 장면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전관예우 관행과 유전무죄의 속설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의 ‘성공보수 무효’ 판례 이후, 수임료 선지급 뒤 실패하면 반환하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 가는 편법이 판치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해주기도 한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니 제 식구 감싸기로 다시 특임검사, 특별검사를 불러들이는 일이 없도록 비리 실체를 철저히 파헤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