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나는 교활하다

이윤진이카루스 2016. 5. 26. 00:13

나는 교활하다

 

살아가야한다는 맹목적인 동물적 본능 때문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가시적 존재인데

보이지 않는 black matter는 무엇인가,

시력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을 바로 본 모든 인간들은

색맹으로 태어나 뿌옇게 세상을 보면서

두뇌로 생각할 뿐 색깔의 현혹을 몰랐다는데

한비자 유로 편에서

지혜란 눈과 같아 백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다

백보 밖에서 보는 것은 무엇이고,

자신의 눈썹은 무언인데?

 

삶과 죽음이 같다는 주장이 억지인 까닭은

촌음이라도 삶은 삶이고

영원할지라도 죽음은 죽음이기 때문인데

촌음과 영원은 시간의 좌표에 머물지 않은가?

 

촌음과 영원 사이에서 존재하는 육체는

언제 시간 속에서 사라질지 몰라도

존재했다는 역사는 어디선가 기록될 텐데

그 교활한 역사는 어떻게 남아있는가?

 

후기:

동양고전 번역가 단국대 김원중 교수에 관하여: “그에게 이번에 고른 120개 글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물었다. ‘지혜란 눈과 같아 백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다’(한비자 유로 편)를 꼽았다.”

- 한겨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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