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태영호 공사의 탈북 동기와 관련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의 장래 문제’ 등을 꼽았다. 하지만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진다. 영국 언론들의 보도대로 ‘(현지에서 자란) 차남의 명문대 진학을 앞두고 (10년) 임기가 끝나 돌아갈 처지가 된 것’이 계기가 된 듯하다. 어떤 경우든 북한 체제를 서방에 선전하는 역할을 맡아온 엘리트 고위 외교관이 탈북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5월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를 출범시킨 북한은 곧 ‘200일 전투’를 선포하는 등 주민 총동원 체제를 강화했다. 동시에 외무성에 힘을 실어줘 나름대로 공세적인 외교를 펼쳐왔다. 태 공사의 탈북은 이런 시도가 제대로 관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앞으로 내부 통제에 더 힘을 기울이면서 대외적으로도 경직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17일 핵무기 원료로 쓸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의 하나일 수 있다.
집권 5년을 앞둔 김정은 체제가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크게 보면 지금이 가장 안정됐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1990년대부터 급증한 탈북자는 이미 3만명을 넘었으며 외교관 탈북도 그때부터 죽 있었다. 북한 엘리트 계층이 최근 동요하고 있다는 분석도 근거가 취약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북한의 핵심 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지나치다. 정부는 이번 일과 관련해 사실 확인을 죽 거부하다가 17일 저녁 갑자기 공개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 또한 투명하지 못하다.
탈북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북한 체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이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 또한 대결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
[사설] 김정은 체제 현주소 보여준 ‘고위 외교관 탈북’
등록 :2016-08-18 18:14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탈북해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고 정부가 17일 발표했다. 태 공사의 탈북이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직접 연관돼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렇잖아도 고립된 북한의 대외 이미지 손상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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