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타 교수 “대학 줄세우고 경쟁 강요로 위축된 일본 과학계…이대로 20년 지나면, 노벨상 수상자 못 나올 것”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ㆍ작년 노벨물리학상 가지타 교수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7·사진) 일본 도쿄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20년 뒤에는 일본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타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KIA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1세기 들어 일본에서 노벨 과학상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1980~1990년대의 연구 업적으로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에 일본의 경제 상황이 좋았을 뿐 아니라 대학교수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많이 가져 연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 과학계는 위축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일본은 대학에 점수를 매기고, 예산을 주기 때문에 교수들이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 그가 근무하는 도쿄대의 경우 2004년 법인화 이후 이런 경향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과학도에 대한 지원도 줄었다. ‘장학금’ 대신 ‘학자금 대출’이 등장해 학생들은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 데 허덕이고 있다. 대학원생이 받는 장학금도 들쭉날쭉 나와 불안정한 상태다.
그는 “현재 여러 데이터에서 일본 과학의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며 “상위 1% 논문(인용 수 기준)의 수는 정체되고 있고, 일본 젊은이들은 석사만 받고 대부분 취직해 박사 과정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지타 교수는 빛 입자인 광자에 이어 우주에 두 번째로 많은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증명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중성미자 연구 외에 최근에는 ‘카그라(KAGRA)’라는 장치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지타 교수는 “카그라는 지하에 있어 지구 진동으로 생기는 잡음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최근 중력파를 검출한 ‘LIGO’(라이고·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보다 더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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