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치매와 머리염색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30. 09:53

치매로 요양소에 갇힌 아버지를 만나

찐빵으로 식탐을 달래고 돌아왔다,

침과 콧물을 쉴새없이 흘리는 분을.

 

봉사자의 반말을 들으며

몸을 뒤집어 기저귀를 갈던

아버지에게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슬퍼하지 말라고, 울지 마시라고

달래고 돌아서는 길은 무감각했고

삶의 한 부분은 적어도 눈물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머리염색을 했는데

2만 원짜리 이발소에는 사람이 많아

다른 곳을 갔더니 염색비가 3만 5천원,

그냥 돌아서 나왔다.

 

기왕 나온 길에 산책이나 할까 하다

허름한 이발소를 찾아들었는데

만원이라서 남루한 의자에 앉는다.

머리를 감으려고 앉는 의자는

절반이 비닐테이프로 감겨져 있었고

때가 낀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았는데

늙은 이발사의 두터운 손이 얼굴까지 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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