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영역
결정된 운명을 심지어 신(神)도 피할 수 없다.
ㅡ 헤로도토스 ㅡ
τήν πεπρωμένην μοȋραν ἀδύνατόν ἐστι ἀποφυγεȋν καὶ θεῷ.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서로 논쟁하다가
아인슈타인은 빛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하다고
진정한 의미는 빛이든 입자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지.
그대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면 인간이 어떻게 피할 수 있고
신(神)이 지구를 만들었을지언정
우주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은
천체망원경이 없던 신화의 시절에
신(神)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지구라니?
지구 주위를 태양이 돈다는 것은 시각적 착각이었는데
지구의 생명체가 태양 에너지를 먹고 사는 것을 발견한
신(新)-플라톤 철학자들이 지구보다 태양을 바라보았지.
그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안다면
세상은 얼마나 답답하고 무료한 장소이겠는가.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세상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확신은
운명을 모를 때 내뱉은 말일까.
그대는 운명을 아는가,
알지 못하기에 운명은 없을 테지.
시각적 착각 속에서 살다가
암흑의 시간이 오면
죄악이 몰려와 영혼을 갉아먹고
“영혼이 말을 한다면, 아아!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영혼이 아니다
(Spricht die Seele, so spricht, ach! schon die Seele nicht mehr)”*
* Robert Reininger, 심리-신체 문제(Das Psycho-Physische Problem), 1916년,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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