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운명의 영역

이윤진이카루스 2024. 1. 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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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영역

 

결정된 운명을 심지어 신()도 피할 수 없다.

ㅡ 헤로도토스 ㅡ

τήν πεπρωμένην μοȋραν δύνατόν στι ποφυγεȋν καθεῷ.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서로 논쟁하다가

아인슈타인은 빛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하다고

진정한 의미는 빛이든 입자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지.

 

그대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면 인간이 어떻게 피할 수 있고

()이 지구를 만들었을지언정

우주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은

천체망원경이 없던 신화의 시절에

()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지구라니?

지구 주위를 태양이 돈다는 것은 시각적 착각이었는데

지구의 생명체가 태양 에너지를 먹고 사는 것을 발견한

()-플라톤 철학자들이 지구보다 태양을 바라보았지.

 

그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안다면

세상은 얼마나 답답하고 무료한 장소이겠는가.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세상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확신은

운명을 모를 때 내뱉은 말일까.

 

그대는 운명을 아는가,

알지 못하기에 운명은 없을 테지.

 

시각적 착각 속에서 살다가

암흑의 시간이 오면

죄악이 몰려와 영혼을 갉아먹고

 

영혼이 말을 한다면, 아아!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영혼이 아니다

(Spricht die Seele, so spricht, ach! schon die Seele nicht mehr)”*

 

 

* Robert Reininger, 심리-신체 문제(Das Psycho-Physische Problem), 191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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