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에서 세월의 흔적
동일한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ㅡ 헤라클레이토스 ㅡ
δὶς εἰς τòν αὐτòν ποταμòν οὐκ ἂν ἐμβαίης.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거쳐 갔다는 에베소에
항구까지 설치되었다는 가로등만 즐비한데
2600년 후 바다는 멀리 물러가 사라지고
발굴된 그리스 유적만 쌓여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고대 유적을 찾아가지만
그리스의 동방 식민지 이오니아에 살았던
탁월한 철학자의 흔적은 어디 있는가.
무상보다 더 정확한 시각이 바울에게서 발견된다면
그는 에베소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구세주라고? 무상이라는 진리보다 더 심오하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듯
지나간 세월은 영원히 가버리고
남은 것은 어리석음과 회한뿐
잘한 것은 거의 없더라.
가식으로 꾸며진 표정이여,
저 뒤에 숨겨진 나와 너의 초라한 모습이라니.
누더기처럼 기워서 살아가는 게 삶이라면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돌아온 탕자처럼 부활의 의미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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