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에베소에서 세월의 흔적

이윤진이카루스 2024. 3. 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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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에서 세월의 흔적

 

동일한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ㅡ 헤라클레이토스 ㅡ

δς ες τòν ατòν ποταμòν οκ ν μβαίης.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거쳐 갔다는 에베소에

항구까지 설치되었다는 가로등만 즐비한데

2600년 후 바다는 멀리 물러가 사라지고

발굴된 그리스 유적만 쌓여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고대 유적을 찾아가지만

그리스의 동방 식민지 이오니아에 살았던

탁월한 철학자의 흔적은 어디 있는가.

 

무상보다 더 정확한 시각이 바울에게서 발견된다면

그는 에베소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구세주라고? 무상이라는 진리보다 더 심오하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듯

지나간 세월은 영원히 가버리고

남은 것은 어리석음과 회한뿐

잘한 것은 거의 없더라.

 

가식으로 꾸며진 표정이여,

저 뒤에 숨겨진 나와 너의 초라한 모습이라니.

누더기처럼 기워서 살아가는 게 삶이라면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돌아온 탕자처럼 부활의 의미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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