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굽신대며 살아가기 (습작시)

이윤진이카루스 2024. 4. 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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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신대며 살아가기

 

정해진 운명을 심지어 신()도 피할 수 없다

ㅡ 헤로도토스 ㅡ

τν πεπρωμνην μοραν δύνατόν στι ποφυγεν καθεῷ.

 

 

최초의 왕은 틀림없이 군인이었다는 볼테르의 상상에 따라

끝없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목숨을 위협하는 깡패가

죽을래 복종할래로 군림하던 동물 세계가 있지.

 

굽신거리며 살아야 하는 동물의 운명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는 까닭은

깡패도 죽음이 두려워 남을 지배한다는 사실 때문이지.

 

이성이 발달하며 민주주의를 최초로 실행했던 아테네에서

인간 평등이 노예해방 직전까지 갔던 이유는

심지어 신()도 인간처럼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노예처럼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양인들처럼 머리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의 말을 사가지 없다고 판단하나?

앞에서 굽신대는 자는 뒤에서 욕하지 않던가,

앞에서 당당한 자는 뒤에서 칭찬하지 않던가?

 

두 가지 태초 문명은

아테네 문명과 유대 문명인데

유태인들은 심지어 하느님과 씨름도 할 수 있지.

감히 절대자와 씨름이라니,

그래도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이

아테네를 이어받은 앵글로 색슨과

창세기라는 우주론을 만든 유대인이니

어떻게 하냐고,

복종하지 않는 인간들이니...

 

어떤 민족에게도 세상을 만든 신화는 있고

그 신화란 터무니 없이 공상적이지만

유대인의 창세기는 아주 풍부한 상상에

10계라는 탁월한 윤리가 고대에 생겨서

앵글로 색슨이 독립을 허용할 정도였고,

그리스인 데모크리토스의 철학에는 원자론도 있지.

 

가난한 민주주의가 소위 풍요로운 독재보다 낫다

데모크리토스의 말은 감동적이지 않은가,

비겁하게 살아서 나중에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죽음보다 못하지 않은가라는 페리클레스의 현충일 연설

또한 사실이 아닌가?

 

굽신거리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동물처럼 삶을 지탱해야 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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