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 (17)

이윤진이카루스 2012. 11. 4. 21:36

산업혁명 후 수 백 년이 흘러도

마냥 농사에 매달려 살던 나라가

기계문명을 뒤쫓던 이웃에 먹히고

별안간 찾아온 질식과 살육.

 

사람이 죽어가거나

결혼식이 열릴 때

아낙네는

궁핍한 가족이 벌이는 음식치레에서

일손을 돕다가 몰려든 자기 새끼에게

눈치 보며 음식을 떼어 먹이고

손짓하며 내쫓고 다시 빚고 삶았다.

 

농토가 없는 자들이

담배연기 매캐한 방구석에서

핏발 선 눈으로 화투장을 매만지며

살아남고자 은밀히 경쟁할 때

무료한 질식은 지레 시작되었다.

 

 

 

<후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와 나중에 영국 과학진흥협회(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그리고 훨씬 후에 미국 협회[American Association]) 협력적이고 조직화된 연구라는 베이컨의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효력을 지닌 1663년 왕립협회의 제 2헌장에서 나온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그 구절에는 회원들의 연구는 ‘실험에 의하여 자연과학과 실용적 기술을 [다시 말해서, 산업기술]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영광과 인류의 이익에 따라서’ 증진시키는 목적을 지닌다고 쓰여 있다. 이 구절의 결론은 거의 문자 그대로 베이컨의 지식의 증진(The Advancement of Knowledge)이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실용주의적-기술적 자세는 처음부터 인도주의적 목표와 결합되어있었다: 일반인들의 복지 증진과, 궁핍 및 굶주림에 대한 싸움. 영국과 유럽의 산업혁명은 베이컨을 그 선지자로 하여,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너무 느린 기술의 진보를, 지식과 연구를 통하여, 가속화시키려는 생각에 의하여 고취되었다. 산업혁명은 지식을 통한 물질적 자기-해방이라는 이념이었다.

- 칼 포퍼, 구조의 신화(The Myth of the Framework]), 1996년, 19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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