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
십대들의 위험한 행동은 비정상적인 가정 및 교육 환경이 초래한 부산물이라고 흔히 설명된다. 극빈 가정, 이혼이나 사별로 생긴 한부모 가정, 비행을 저지르는 또래 친구들, 선생님의 무관심, 지나친 입시 경쟁처럼 문제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가?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 진화 역사를 통해서 십대의 위험한 행동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오로지 해만 끼쳤다면, 과연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를 걸러내지 않고서 그냥 내버려 두었을까? 요컨대 위험한 행동은 십대에게 손실을 입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진화적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자연선택되었을 것이다.
먼저 청소년기가 어떤 시기인지 알아보자. 진화심리학자 브루스 엘리스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번식 이전의 단계에서 번식 단계로 진입하는 인생의 대전환점이다. 어른들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역량을 길러 사회적 지위를 높임으로써 결국 대망의(?) 짝짓기를 하게 될지 판가름나는 분수령이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급격한 변화들은 모두 번식을 위한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를테면 2차 성징이 발달함으로써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남으로써 낭만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밤에 깨어 있게 한다. 부모와 빈번하게 충돌함으로써 자립심을 높이고 가족보단 또래와 더 어울리게 한다. 늘 새롭고 자극적인 것들을 추구함으로써 또래 사이에 지위를 높여 준다.
청소년기는 짝짓기의 성패가 결정되는 일생일대의 갈림길임을 고려하면, 왜 십대들이 담배, 오토바이 폭주, 범죄 같은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뛰어드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십대 남성들 사이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서려면, 내가 정말로 힘과 대담함, 배짱을 지니고 있음을 친구들에게 알려야 한다. 덩치 큰 농구선수에게 겁없이 대드는 것처럼, 큰 비용을 치러야 해서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값비싼’ 신호를 보내야만 비로소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십대 남성들이 또래가 보는 앞에서는 더 난폭하게 운전하거나, 약물에 더 탐닉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어른들이 볼 때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십대의 위험한 행동이 또래에게 자기 역량을 과시하는 값비싼 신호로 기능한다는 인식은 일탈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행동에 따르는 잠재적인 손실을 청소년들에게 열심히 교육하는 것은 오히려 그 행동을 한번 해보라고 부추기는 격이 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흡연에 의한 건강상의 부작용을 청소년들에게 강조했으나 흡연 예방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반면에 금연이 멋지고 폼 나고 요즘의 대세임을 강조했더니 흡연 예방에 효과적이었다. 무조건 아이들에게 매를 들기보다, 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하자.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