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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경제 살리기/한성안/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2. 12:34

경제

경제일반

사람 죽이는 경제 살리기

등록 : 2015.03.01 20:43 수정 : 2015.03.01 20:43

한성안의 경제산책

요즘 경제만큼 많이 듣는 말도 없다. 먹고사는 활동이라고 간단히 정의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제와 관련된 기본활동은 생산, 분배, 소비로 나뉘는데 그중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생산과 소비에 주목해보자. 거기엔 종종 간과되고 있는 중대한 의미가 숨어 있다.

먹고 죽자고 잔 부딪지만 술 취한 헛소리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삶’을 지향한다. 인간이 살자면 소비해야 한다. 첫째가 음식물이지만 인간은 단지 이것만으로 살지 못한다. 음식물을 섭취하는 건 동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자면 집과 옷도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표현되는 무형 재화도 필요하다. 스포츠, 문화, 예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것들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런 유·무형의 재화로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은 ‘소비’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해 소비는 인간의 고유한 활동이다. 동물은 소비하지 않는다. 단지 먹어 치울 뿐이다!

인간이 이렇게 소비하자면 특별한 활동이 요구된다. 인간은 자연에 노동력을 가하여 자연과 다른 새로운 재화를 제작해낸다. 그래야 인간은 진정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활동, 곧 ‘생산’활동을 통해 인간은 인간답게 소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동물은 먹고살기 위해 자연의 산물을 있는 그대로 취할 뿐이다. 동물은 생산하지 않는다. 소비처럼 생산도 인간에게만 귀속되는 활동이다. 따라서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경제는 진정한 경제가 아니다.

경제의 중대한 의미는 다른 곳에도 있다. 사람은 왜 경제활동을 하는가? 간단하다. 살기 위해 경제활동을 한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모두 사람을 살리는 것이란 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옛사람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경제(經濟)는 중국 고대문헌에서 발견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다. 이 말의 출처는 여럿이지만 그 뜻은 한가지다. ‘세상을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해낸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이 보기에도 경제는 사람을 살리는 행위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전들이 경제를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재화를 생산·분배·소비하는 활동’으로 풀이한다. 생산, 분배, 소비 등 경제활동은 죽임이 아니라 살림이 목적이라는 말이다. 경제! 그 진정한 의미는 인간을 통해 실현될 수 있고, 인간을 살리기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
보수정권 들어 온통 경제 살리기 분위기다. 본래 경제란 사람을 더 많이 관여시키는 것이요, 사람을 살리기 위한 활동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경제 살리기는 사람을 쫓아내며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출산율 1.19명의 초저출산국, 살인적 노동시간, 자살률 1위의 경제, 그 속에서 한 해 1만4427명이 자살하는 경제다.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경제가 살지 의문이며 그것이 얼마나 의미있는지도 모르겠다.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마지막 승자에겐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어 슬프다. 또 생산해 놓은 재화와 서비스를 사줄 사람도 없게 된다. 안 팔리면 돈 못 번다. 슬프기만 하고 돈도 안 되는데 뭣 때문에 사노? 사람 죽이면 경제도 죽는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