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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왜곡하고 타협원칙 무시한 박대통령/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28. 05:34

정치정치일반

사실관계 왜곡하고 타협원칙 무시한 박 대통령

등록 :2015-06-26 20:05수정 :2015-06-26 23:40

 

대통령 발언 확인해보니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은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 6월25일 국무회의 발언)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면서 국회를 맹비난했지만, 곳곳에서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무리한 해석이 많았다. 타협과 중재라는 의회정치의 기본 원칙 역시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의장은 26일 의원총회에서 “하나하나 밑줄 치며 따져보니 박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과 국회를 호도하는 것으로 점철됐다”고 전날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법을 열거하면서 “경제활성화법은 묶어놓고 여야가 당략적인 것들을 빅딜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았다.

“영유아보육법, 특별법 연계로 불발”
→별개 협상…보육법은 본회의 부결

“관광진흥법-최저임금법 연계처리”
→바꿔먹기 아닌 여야 타협의 산물

“서비스산업발전법 국회서 발 묶여”
→영수회담서 합의한 사실마저 왜곡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과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과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 뒤 4월 국회에서 처리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두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법(특별법)을 영유아보육법과 연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시급한 영유아보육법은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에 시시티브이(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2월 국회에서 부결(재석 171명,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됐다. 여당도 1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 협상의 주체였던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특별법과 영유아보육법은 협상 과정에서 별개의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특별법은 지난해 12월1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정 합의로 통과시킨 법이다. 박 대통령은 아시아문화도시 조성을 두고 “매년 8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아시아문화전당)은 통과시키고 경제살리기 법은 발목 잡았다”고 야당을 공격했지만, 앞서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이 3만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2조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법안 내용상 전혀 관련이 없는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의 처리를 연계했다”며 여야의 통상적인 합의도 ‘바꿔먹기’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여야가 지난 3월 “관광진흥법,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정치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무리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추진을 당부한 관광진흥법은 야당과 시민사회가 ‘학교앞 호텔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던 법으로, 당시 야당은 연계 전략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월초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저임금법과 고용보험법은 관광진흥법과 같이 처리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연계 입장을 밝혀 최저임금법은 현재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서 3년째 발이 묶여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3월17일 영수회담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 당시 여야 대표는 논란이 됐던 보건·의료 부문을 빼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보건·의료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새누리당 내부 이견이 불거져 처리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