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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로스쿨 '감남3구.특목고.sky' 쏠림/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25. 08:44

사회사회일반

주요 대학 로스쿨 ‘강남3구·특목고·SKY’ 쏠림 심해

등록 :2015-06-22 20:14수정 :2015-06-24 10:12

 

로스쿨 도입 7년
② 공수표 된 다양화 약속
2009~2015년 입학생 분석해보니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김영신(가명·32)씨는 지난해 서울대와 모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했다. 외국 유명 대학 2곳에서 인권법·인권학 석사학위를 받고 외국과 국내 시민단체에서 각각 3년, 4년씩 실무 경험을 쌓은 그에게 서울의 한 법대 교수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딱 맞는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쌓았다”며 “원하는 곳 어디든 지원해서 인권 분야 공부를 이어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법무와 공익인권을 특성화 분야로 내세우는 서울대 로스쿨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그를 탈락시켰다. 서울대에서 국제인권 실무에 관해 강의한 경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교 로스쿨에서는 면접까지 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0분가량의 면접에서는 ‘로펌에서 싫은 일을 시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 취업준비생에게나 던질 법한 질문을 했다. 면접을 기다릴 때 다른 친구들은 면접 기출문제를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에게 로스쿨 진학을 권유한 법대 교수는 “국제인권이나 공익 분야에서 그 정도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이 또는 인권·시민단체 경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게 아닌가도 싶다. 나도 법대 교수지만 로스쿨이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을 통해 교육부의 ‘2009~2015년 전국 로스쿨 입학생 현황’을 받아 1만4000여명의 배경을 분석해 보니, 김씨의 탈락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사법시험 시절과 마찬가지로 ‘20대 중반-강남 3구 또는 특수목적고-스카이(SKY, 서울·고려·연세대)’ 출신자들의 강세가 뚜렷했고, 이런 경향은 이른바 주요 대학 로스쿨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외국 2곳서 인권법·인권학 석사에
국내외 시민단체서 실무경력 7년
로스쿨 2곳 지원했다 모두 탈락
진학 권유 교수 “선발 기준 이해 안돼”

합격생 배출대학 사시보다는 다양

로스쿨 21곳 올 신입생 강남3구 14.8%
상위권 로스쿨 학생 주고받기로 ‘과점’
품앗이하듯 상대방 학교 학생 뽑아줘
‘사시 병폐 극복’과 거리 멀어

■입학생 배출 대학 다양화…주요 대학 쏠림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사법시험 합격자는 4539명이다. 2009년 출범한 로스쿨은 올해까지 7년간 1만4297명(연세대·한양대는 자료 미제출한 올해 통계 제외)을 선발했다. 로스쿨이 예비 법조인의 출신 학교 다양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사법시험과의 숫자 비례를 3 대 1로 잡고 비교해봤다. 비수도권 대학 가운데 사법시험 합격자를 10명 이상 배출한 곳은 경북대·동아대·부산대·원광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 7곳이다. 같은 기간에 30명 이상 로스쿨 합격생을 배출한 비수도권 대학은 12곳이다. 예비 법조인들의 출신 대학 분포가 다양화됐음을 엿볼 수 있다.

‘스카이’ 출신 비율도 47.9%(6852명/1만4297명)로, 같은 기간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스카이’ 비율 54.1%(2457명/4539명)보다 낮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질적 명문대 편중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스쿨 간 서열화, 서울과 지방의 차이 등 분석적이고 질적인 잣대를 대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먼저 서울 주요 로스쿨 사이에서는 ‘학생 주고받기’를 통한 과점체제 구축 현상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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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의 7년간 입학생 1073명 가운데 다른 대학 학부 출신은 371명(34.6%)인데, 이 가운데 고려대(138명)·연세대(98명)·카이스트(37명)·포항공대(13명)·경찰대(12명)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소수 대학을 제외하면 다른 대학 출신 비율은 6.8%(73명)에 그치고, 특히 비수도권 대학 출신은 6명뿐이다. 어쩔 수 없이 3분의 1가량은 다른 대학 출신을 뽑지만, 다른 명문대 또는 외국 유명 대학 출신들로 채우는 셈이다.

고려대는 7년간 입학생 866명 가운데 435명(50.2%)이 다른 대학 출신이지만, 서울대(277명)·연세대(52명)·외국 대학(20명)을 제외하면 그 비율은 9.9%(86명)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2009~2014년 입학생 744명 가운데 354명(47.6%)이 다른 대학 출신인데, 서울대(194명)·고려대(33명)·외국 대학(21명)을 빼면 그 비율은 14.2%(106명)에 그친다.

서울(87.4%)·고려(87.8%)·연세대(82.9%) 로스쿨 입학생 중 이 세 학교 학부 출신의 비중이 모두 80%가 넘는다. 결과적으로 상위권 로스쿨들이 상대방 학교 출신들을 품앗이하듯 뽑아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한 셈이다.

■ 관악·강남·서초·송파·성북 등 서울 학생들 강세

연세대·한양대·이화여대·아주대를 제외한 21개 로스쿨의 올해 신입생(1699명)의 입학 당시 거주지는 서울 관악구가 128명(7.5%)으로 가장 많다. 서울 강남구(96명·5.6%), 서초구(95명·5.6%), 성북구(65명·3.8%), 송파구(61명·3.6%)가 그 뒤를 이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자는 14.8%(252명)다.

앞선 6년치를 합쳐 보면, 강남 3구 출신자의 비율은 더욱 높다. 2009~2014년 10개 로스쿨(강원대·동아대·부산대·서울대·성균관대·인하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한국외대)이 제출한 신입생 거주지 현황을 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304명(6.3%)과 150명(3.1%)으로 1·2위에 올랐고, 대원외고가 있는 광진구(138명·2.9%), 명덕외고가 있는 강서구(121명·2.5%)가 그 뒤를 이었다. 지방에서는 전북 전주시(116명·2.4%)가 유일하게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대는 특목고·강남 3구 고교 출신이 절반

출신 고등학교는 강남 3구 고교와 특수목적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신 고교 자료는 11개 로스쿨(강원대·동아대·부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인하대·전남대·전북대·충남대·한국외대)이 2013~2014년 2년간 현황만 제출했는데, 1907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은 265명(13.9%), 강남 3구 고교 출신은 202명(10.6%)이다.

서울 주요 대학(서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의 특목고·강남 3구 고교 출신 비중은 평균보다 더 높다. 서울대는 30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족사관고(12명)·특목고(108명) 또는 강남 3구 고교(44명) 출신이었다. 성균관대는 251명 가운데 민족사관학교(3명)·특목고(39명) 또는 강남 3구 고교(34명) 출신이 29%를 차지했다. 한국외대는 96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이 17명, 강남 3구 고교 출신이 15명으로 정확히 3분의 1을 차지했다.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세대와 고려대 로스쿨 등도 특목고나 강남 고교 출신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 서울 12개 로스쿨, 10명 중 9명이 31살 이하

입학생의 평균 나이대는 사법시험과 비슷하지만, 서울 소재 12개 로스쿨만 놓고 보면 20대 쏠림 현상이 확연하다. 이들 로스쿨의 올해 입학생 1042명 가운데 981명(94.1%)은 31살 이하다. 고려대(126명)와 중앙대(52명)는 전원을 31살 이하로 채웠다. 서울대는 153명 가운데 29살 이상이 6명, 연세대는 127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법대 교수는 “서울 소재 로스쿨은 결국 연령이 다양하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은 그보다 덜하다지만, 이번에 고령자를 많이 합격시킨 곳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고려해 사시 1차 합격생을 우대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입학생 71명 중 32살 이상이 44명(62%)으로 그 비중이 가장 높고, 동아대는 39명(47%)이다. 영남대는 올해 제4회 변호사시험에서 64명이 응시하여 63명이 합격해 합격률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로스쿨 신입생 2084명 중에서 32살 이상은 363명(17.4%)이다.

남녀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7년간 로스쿨 입학생 1만4437명 가운데 여성은 42.4%(6129명)로,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율(38.3%)보다 4%포인트가량 높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로스쿨 시스템은 선발 정원의 확대(사법시험 최대 1000명→로스쿨 2000명)와 비수도권 대학 로스쿨 설치로 출신 학부 다양화에 다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로스쿨들 간 서열화, ‘명문고-명문대-부유층’ 출신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한 환경으로 인해 ‘사법시험’의 병폐 극복을 내세운 애초 도입 취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