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인권사상과 후쿠자와 유키치의 인권사상의 차이점
사회사상가 우치다 요시히코는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의 표현을 차용하여, 유럽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자명한 도리로 자리매김하고, 인간을 위해 국가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질 것인지가 결정되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인부국권人賦國權의 원칙을 형성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근대 일본은 국가의 독립이나 “국가(의 존재-인용자)를 자명한 것으로 보고, 그 국가의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로 (개인의-인용자) 인권을 부여하면 좋을지와 같은 문제 역시 국가가 그 범위를 결정하는” 천부국권天賦國權·국부인권國賦人權이라는 것이다.
이 우치다의 구분에 따르면, 자유민권운동기의 나카에 조민이 “개인 이것은 목적이고 국가 이것은 수단이다”라고 간결하게 파악한 것은 ‘천부인권·인부국권’을 지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후쿠자와의 정식 ‘일신독립해야 일국독립하는 것’은 약육강식 제국주의시대의 서막이라는 국제관계 속에서 ‘일국독립’의 과제를 선험적인(a priori) 전제 과제로 설정하여 국가의 존재이유를 불문에 부치고, 인권선언으로서는 자유권과 저항권을 빠뜨린 채 지상과제인 ‘일국독립’ 달성을 위해 “국가를 위해서는 재산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다”는 일방통행적이고 비합리적인 “보국의 대의”를 요구한 “천부국권”적인 일국독립론, 국권주의적인 내셔널리즘 그 자체, “인민주권”의 이념을 결여하고 “부르주아 데모크라시”와 관계가 없는 내셔널리즘이었고, 전형적인 ‘천부국권·국부인권“의 일본적 근대의 패턴을 표명한 것이었다.
물론 “외국의 강적에 대항하게 하는 훈련”, “약소국으로 하여금 강대국에 맞서게 하는 사전연습”을 위하여, “일국독립” 달성의 틀 안에서이기는 하지만, 후쿠자와가 “함부로 윗사람을 거역하여 내밀한 싸움을 시작하라는 취지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일신의 자유를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정부의 관리도 거리낄 것 없다”, “도리에 맞는 바는 비록 정부라 할지라도 감히 굴해서는 안 된다”라고 ‘일신독립’의 기력을 역설한 적극적인 의의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문명론의 개략』 일부에서 후쿠자와가 “(앞의 시작따옴표는 한국어 번역본에 마침따옴표가 없다. 아마도 본말의 차별 등 다음에 마침 따옴표가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 번역본 인용자) 군신의 의, 선조의 유서, 상하의 명분, 본말의 차별 등과 같은 “권력 편중”과 “혹닉”을 준엄하게 비판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은 선행연구처럼 ‘일신독립해야 일국독립하는 것’이나 『문명론의 개략』의 전체 논지가 “정부의 관리도 거리낄” 것 없이 “일신독립”을 관철하는 것이었다거나 “권력 편중”, “혹닉”의 배제를 단호히 주장하는 것이었다고 파악한다면 그것은 후쿠자와의 문맥(『문명론의 개략』 제10장)을 무시한 일탈이다. 『학문의 권장』에 나오는 ‘일신독립’의 기력이 뜻하는 내용이 바로 “국가를 위해서는 재산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다”는 “보국의 대의”였다. 『문명론의 개략』에서도 결론의 제10장에서 후쿠자와는 “자국의 독립” 확보라는 “최후 최상의 대목적”을 위해 “군신의 의, 선조의 유서, 상하의 명분, 본말의 차별 등”과 같은 “권력편중” 사회가 형성한 “혹닉” 그 자체를 총동원할 것을 호소했다. 그것이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초기 계몽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 야스카와 쥬노스케(安川 壽之輔) 지음, 이향철 옮김, (주)역사비평사 2015년, 336~33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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