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옳았다.
미국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1세기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주장했던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우주의 탄생을 이해하는 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이 시대 가장 큰 과학의 발견'으로 꼽혀왔다. 또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이론 중 검증되지 않은 마지막 과제였다.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중성자성처럼 질량이 큰 물체들 주변에서 형성돼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오차 감안한 범위 32∼41배)와 29배(오차 감안한 범위 25∼33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오차 감안한 범위 7억5천∼19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중력파는 두 블랙홀이 중력파를 내면서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15초간 방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한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인 하나의 블랙홀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빠져 나가 소멸했다.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1 시그마(σ) 이상으로, 잡음에 의해 우연히 이런 가짜 신호가 잡힐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에 해당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관측된 중력파의 진동수 범위는 30∼150 헤르츠(Hz)로, 소리로 변환하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저음이 된다.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이었다. 이는 1광년의 길이에 머리카락 하나 굵기 정도 수준의 엄청나게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 데 해당한다.
라이고 연구진은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했다.
또 약 3천km 떨어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 핸퍼드에서 두 개의 검출기를 동시에 가동해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구분하고, 미세한 시차를 이용해 파원의 방향을 추정했다. (연합뉴스 2월12일)
이번 발견은 천체물리학계 뿐만 아니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발견의 다른 의미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의 개막이다. 요컨대 그동안은 가시광선을 포함한 전자기파를 주로 이용해 우주를 관측해왔지만 앞으로는 중력파를 이용해 각종 우주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앞으로 중력파를 이용해 더 풍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중력파 천문학이 새롭게 문을 열게 됐다"며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우주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빅뱅(대폭발)의 비밀도 풀 수 있다. 빅뱅 때 발생한 전자기파는 그동안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으로 많은 정보가 사라졌지만 상대적으로 상호작용이 약한 중력파를 관측하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궁원 연구원은 "137억 년 전 빅뱅 때 발생한 중력파가 우주 전체를 떠돌고 있는데 이를 통해 빅뱅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