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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고 유연한 진보정당에 더 많은 관심을/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4. 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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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고 유연한 진보정당에 더 많은 관심을

등록 :2016-04-03 19:11수정 :2016-04-03 19:41

 

은 몸집의 진보정당들에 20대 총선은 훨씬 어려운 과제를 안겨줬다. 지역 패권을 둘러싼 거대 정당의 다툼은 심해졌고, 비례대표 의석은 4년 전에 비해 7석이나 줄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전례없는 해산 결정을 내린 것도 진보정당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모든 환경이 불리하긴 하지만, 그것이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고인 물처럼 정체되고 굳어버린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다양한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절실하다.

진보정당의 진출이 필요한 건 우리 정치가 보수 일변도로 흐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정당은 작고 유연하기에 기존의 거대 정당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이번에 여야 가리지 않고 벌어진 비례대표 선정 논란이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다양한 계층·집단을 배려하라는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를 무시했다. 새누리당은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한 사람들로 비례대표를 채웠다. 더민주는 정체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들을 비례 명단에 넣었다가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대표 측근들을 비례 상위순번에 넣은 건 국민의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 비하면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은 당원 투표로 비례대표 명단을 정하는 등 좀더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자세를 보여줬다.

국민과 멀어진 기성 정당의 행태에 실망한 유권자라면, 몸집 큰 정당에 비해 유연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은 진보정당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총선에 도전하는 진보정당은, 5석의 정의당을 비롯해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복지국가당 등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의당 지지율은 5% 정도다. 이 지지율과 의석수를 단순 계산하면 15석 정도는 얻는 게 옳다. 선거제도의 불합리함 때문에 국민 지지에 걸맞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인데, 그렇다면 정당투표를 통해 유권자들이 직접 지지율과 의석의 괴리를 줄여줄 수 있으리라 본다. 녹색당은 이미 유럽에선 연정에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 노동당과 민중연합당, 복지국가당도 기성 정당에선 찾기 힘든 공약을 내걸고 뛰고 있다. 이들 정당의 공약을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유권자들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방안일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두 표를 준다. 한 표는 지역구 후보자에게, 다른 한표는 정당에 던질 수 있다. 지역구는 유권자가 나름의 기준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더라도, 정당투표는 좀더 큰 틀에서 우리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20대 국회에선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정당이 활동하는 게 한국 정치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