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가 되면 소년은 시장에 간다.
때로는
냄비에는 할머니가 파는 김치를 사 넣고
군용전화선로 엮은 장바구니에는
간혹
콩나물과 두부, 생선을 집어넣는다.
땔나무 시장에서는 지게에 나무를 얹고,
검불을 쌓아 둔 촌사람이 초조하다.
값을 묻고 소년은 앞장을 서고
나무꾼이 지게를 지고 뒤따르면
겨울이 뉘엿 기운 해를 먹는다.
읽을거리가 만화뿐인 어촌에서
아이는 만홧가게에서 책을 훔치고
리어카를 밀며 양미리를 쓱싹하며
하루가 지나가고 사람들은 살아있는데
훗날 읽은
저 긴 터널을 지나면 눈의 나라(설국)다,
이 긴 터널을 지나야 봄(양지)이다라고
희미하게 느끼는데
기억 조각은 시장에 있다.